多笑곳 이야기/운문(연작)

문간귀신

가마실 / 설인 2010. 8. 15. 09:51

문간귀신

-가마실 연가 22



감꽃을 주워 꿈을 엮던 가시내

과수원으로 시집갔지


척박하던 과수밭 석삼년을 일구어도

금줄에 홍고추는커녕

숯덩이도 못 엮었지

구박받아 소박들고

-어매야 날 좀 데려가소-

-죽어서도 문간귀신 되거라-


감꽃 흐드러진 삽짝문 돌아설 때

-비루먹은 인간 만나 하늘은 보았더냐?-

-하늘은 우찌보고 별은 우찌 따는고-

구로공단 빵공장에

취직해 볼려고

호적등본 떼러갔다가

천행인지 만행인지

혼인신고 없이 석삼년을 보냈더라


요즘

감꽃 줏던 숫가시내 얼굴

국화빵 닮아가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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