多笑곳 이야기/운문(신작)

황실 마사지 / 성갑숙

가마실 / 설인 2015. 4. 4. 15:40

 

황실 마사지 / 성갑숙

   

북파로 장백산을 올라 천지를 보는 것은

차에서 내려 3분이면 족하다

 

눈 덮인 백두산 천지를 건너다보고

만주바람에 등 밀려 내려오면서

아이젠 덧신고 태산을 오르내린 듯

심한 허기에 일행은 괜히 티격태격 했다

 

관광차는 쉼 없이 달려 연길 숙소로 향하다가

마사지한다는 건물 앞에 섰다

2750미터 고지를 밟았으니

전신마사지는 이번 여행상품에 들어있다고

독방에서 혼자 마사지를 받고 싶다는 사람,

한사코 마사지를 거부하는 사람 사람들 속에서

나는 은근 팔뚝이 실한 남자안마사를 기다리다가

 

손가락이 가느다란 열 예닐곱 된 여자가 낙점된 것을 알고

자는 척 눈을 감았다

팔을 당겼다, 다리를 구부렸다, 간지럼을 태우던 그녀가,

온 체중을 실어 두발로 등을 지근지근 밟아

엎어치기 한판승을 거두고는 가늘한 미소를 보였다

 

나는 애 낳을 때 보다 더 큰 비명을 삭이며

참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중국 황실에 태어나지 않은 것과

오늘 팔뚝 실한 남자안마사가 낙점되지 않은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