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연 예화 1 / 성갑숙
수평선 너머 아스라이 섬 하나
눈 감고 바라만 보았다네
손 뻗으면 뭍이 될까
몸부림치다 지친 날은
안개 일어 잠 들었다네
꿈길을 끝없이 거닐다
때마침 내린 안개비를 무작정 맞았다네
보이지 않는 길
보여도 건너지 못할 길을 바라다
부나비가 되고 싶어
희미해져가는 등대섬을 바라다
부나비가 되고 싶어
젖은 날개를 펼 수 없어
왔던 길을 돌려놓고
옷깃을 파고드는 냉기에
몸서리치며 떨어야 했다네
가랑잎 지는 어느 날
저 안개 걷히고 지상의 물이 모두 말라
이슬만 먹어도 되는 그 날
긴 잠에서 깨어나 그렇게 아팠노라고
길이 없어 우리는 그렇게 아팠었노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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