多笑곳 이야기/운문(신작)

필연 예화 1/ 성갑숙(7월4일 조례호수특설무대 시낭송공연 원고)

가마실 / 설인 2015. 4. 29. 13:12

 

필연 예화 1 / 성갑숙

 

수평선 너머 아스라이 섬 하나

눈 감고 바라만 보았다네

손 뻗으면 뭍이 될까

몸부림치다 지친 날은

안개 일어 잠 들었다네

 

꿈길을 끝없이 거닐다

때마침 내린 안개비를 무작정 맞았다네

보이지 않는 길

보여도 건너지 못할 길을 바라다

부나비가 되고 싶어

희미해져가는 등대섬을 바라다

부나비가 되고 싶어

 

젖은 날개를 펼 수 없어

왔던 길을 돌려놓고

옷깃을 파고드는 냉기에

몸서리치며 떨어야 했다네

 

가랑잎 지는 어느 날

저 안개 걷히고 지상의 물이 모두 말라

이슬만 먹어도 되는 그 날

긴 잠에서 깨어나 그렇게 아팠노라고

길이 없어 우리는 그렇게 아팠었노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