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 갈치 토막 / 성갑숙
읍내 장날은 생선을 사야했지요
산골에서 비린내 나는 갈치는 칼칼이 씻기도 아까워
희디흰 소금을 수의 덮듯
소금독에 묻어두고
끼니때마다 아궁이를 들여다보고는
매운 연기 눈물 꽤나 쏟으셨지요
부산 영락공원 화장장 아궁이 불 만큼 매웁기야 했을까마는
중간토막 시어른 상에 올리고 나면
뼈마디까지 절여져 바삭대는 꼬래비를
외아들 손에 들려놓고 아쉬움 왜 없었겠어요.
영락공원 화장장 2번 아궁이에
간 갈치 토박처럼 바삭이는 뼛가루 한 줌
그마저 아들 품에 안겨주고서야
이제 툴툴 털고 떠나시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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