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로 칼을 가는 시인,
그를 만나고 내 마음이 머무는 시를 찾아 가을색 짙은 날 문학관을 다시 찾았다.
국토서시(國土序詩)/ 조태일
발바닥이 다 닳아 새 살이 돋도록 우리는
우리의 땅을 밟을 수밖에 없는 일이다.
숨결이 다 타올라 새 숨결이 열리도록 우리는
우리의 하늘 밑을 서성일 수밖에 없는 일이다.
야윈 팔다리일망정 한껏 휘저어
슬픔도 기쁨도 한껏 가슴으로 맞대며 우리는
우리의 가락 속을 거닐 수밖에 없는 일이다.
버려진 땅에 돋아난 풀잎 하나에서부터
조용히 발버둥치는 돌멩이 하나에까지
이름도 없이 빈 벌판 빈 하늘에 뿌려진
저 혼에까지 저 숨결에까지 닿도록
우리는 우리의 삶을 불 지필 일이다.
우리는 우리의 숨결을 보탤 일이다.
일렁이는 피와 다 닳아진 살결과
허연 뼈까지를 통째로 보탤 일이다.
詩로 칼을 가는 시인.
조태일시인, 1941년 곡성 출생, 경희대학교대학원을 나와 1964년 경향신문 신춘문예 시‘아침선박’이 당선 되었다. 그는 육척 거구로, 고집불통, 임전무퇴의 시인이라 한다. 1980년대 계엄해체 촉구 지식인 124 서명에 참여하여 1979년 긴급조치 9호로 투옥되었다하니 그의 성정을 살필 수 있다. 그의 시〈국토> 연작시와 <식칼론〉연작시는 1970년대 우리 시의 저항성에 일획을 더한다.〈석탄- 국토 15〉에는 스스로 "이 조가야, 그 거창한 체구엔/ 노동을 하는 게 썩 어울리는데/ 시를 쓴다니 허허허 우습다, 조가야" 라고 노래했으니 그의 우직한 모습이 그려지고도 남음이 있다. 나라 국(國), 흙 토(土)! 국토는 우리 땅이다. 조태일 시인이 노래하듯, 우리의 하늘 밑이고 삶이고, 우리의 가락이고, 우리의 혼이고 숨결이다. 그뿐 아니다. 피와 살과 뼈에 이르는 우리의 온몸 그 자체이다. 그게 있어야 나라도 있고 국가도 있고 민족도 있다. 이 마땅하고 당연한 우리의 땅을 잃어버렸을 때 시인은 시로 칼을 갈고 몸부림칠 수밖에 없는 것이다. 타국에서 서러움을 받아보아야 애국자가 된다한다. 나는 지난 여름에 백두산을 밟고 왔다. 백두산 가는 길, 우리의 국토를 눈앞에 두고, 남의 땅 중국 바다 중국 땅을 돌아 돌아서 천지를 맞이하였다. 천지에서 내려다보면 동쪽도 우리의 국토이고, 서쪽 만주땅도 엄밀히 말하면 우리의 국토이다. 지키지 못함의 울분을 시로 토해놓으며, 조태일 시인의 ‘국토’를 떠 올린 것은 비극의 이 땅에서 시인이라는 천명을 타고났기 때문이리라
이제 저 화려한 궁궐로 들어가 나의 계절 그 품에 안겨야 할 차례다.
우후!
'시간을 벌자 > 길떠나기(국내)' 카테고리의 다른 글
두루 두루 두른 두륜산/해남 (0) | 2012.11.20 |
---|---|
시월의 마지막날 받은 생일상 (0) | 2012.10.31 |
장성군 금곡 영화마을을 내려서며 (0) | 2012.10.21 |
전남 장성군 축령산 치유의 숲 (0) | 2012.10.21 |
남원 구룡폭포-구룡계곡의 여름 (0) | 2012.09.2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