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전산 때죽나무여! / 성갑숙
골짜기 그늘자리에서
땅만 내려다보고
꽃피우며 열매 내어준 것이
육십여년 되어간 듯
제법 듬직한 어깨 툭툭 털고
한때 으스대기도 했으련만
겸손도 지나치면 부담된다 했지요
늦가을 추위가 유독했다 손
처진 어깨 위로 달려드는
철없는 바람을
맨발로 맞으시다니요
산중턱 궁굴재 오르며 쏟은 땀방울이
여린 가지 끝으로 내려와
몽글몽글 맺혔으니
한 가지 꺾어가렵니다
찻상 가장자리 꽂아두고
아침저녁
사포닌에 취하듯 연차향에 취하여
감감한 훈풍 기다려보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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