多笑곳 이야기/운문(신작)

[시] 금전산 때죽나무여!

가마실 / 설인 2011. 12. 30. 10:18

 

금전산 때죽나무여! / 성갑숙

 

 

골짜기 그늘자리에서

땅만 내려다보고

꽃피우며 열매 내어준 것이

육십여년 되어간 듯

 

제법 듬직한 어깨 툭툭 털고

한때 으스대기도 했으련만

 

겸손도 지나치면 부담된다 했지요

늦가을 추위가 유독했다 손

처진 어깨 위로 달려드는

철없는 바람을

맨발로 맞으시다니요

 

산중턱 궁굴재 오르며 쏟은 땀방울이

여린 가지 끝으로 내려와

몽글몽글 맺혔으니

한 가지 꺾어가렵니다

 

찻상 가장자리 꽂아두고

아침저녁

사포닌에 취하듯 연차향에 취하여

감감한 훈풍 기다려보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