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을 벌자/길떠나기(국내)

(기행) 지리산 천왕봉(1915)을 발 아래 두다

가마실 / 설인 2011. 5. 30. 12:10

 

명산을 곁에 두고 참 멀리도 돌아왔다. 북쪽의 금강산으로, 설악산으로, 한라산으로 이제야 집앞의 산 지리산 정상을 밟았다.

요양원 침상에서 일어날줄 모르는 어머니는 창녕 집앞 화왕산을 80평생 올려다보고 올라보지 못하였다 탄 하셨다. 어머니의 전처를 밟지않으려 몸 만들기 수년, 오늘 드디어 웃었다.

감사하다 모두에게...

2011.5.29 -6:30분 순천출발-8:50산청군 시천면 소재 지리산 중산리- 칼바위- 망바위- 도타리 대피소- 개선문- 천왕봉(1915M)- 제석봉- 장터목 대피소- 홈바위- 5:50 중산리 도착(총 9시간 등반)- 저녁 8:30 순천 도착

 

지리산 종주를 여러번 해 온 여류는 산중에서 밤을 지새며 세상짐을 다 내려놓고 밝은 삶을 살고있다. 항상 부러웠었다

때를 기다리고 일기에 신경을 많이 썼다. 5월에도 정상에는 진눈깨비가 내린다니 섣불리 나섰다가 아쉬움을 남길까

채비를 단단히 하고 나선 오월 마지막 주, 산신은 심신이 고달픈 여인을 어여삐 여긴 듯하다. 올 들어 가장 더운 날씨라는데 산중의 바람은 정말 신선했다. 평소 운해로 모습을 드러내지않을 때가 많다는 정상은 맑간 얼굴로 온산 온 하늘을 한눈에 볼 수 있도록 앞을 틔워 주셨다

  

 

 

중산리 산뜻한 출발

칼바위-

망바위

멀리 법계사 위쪽 천황봉이 눈 앞에

로타리 대피소

역사의 현장

 

 

개선문 앞에서 두통으로 잠시 지체..곁에 위험경고 팻말에 더욱 몸을 사리고 정신을 가다듬었다.  

천왕봉의 맑은 얼굴 구름이 놀다가는데 포기할 수 없다. 모자를 벗었다. 머리띠가 문제였는지 두통이 사라졌다. 산신이 보살폈으리라. 저 아래 법계사의 염불소리가 귓전을 울린다. 세상의 모든신에게 간구했다. 내 다시 이 산을 오르리란 보장이 없으매 발길을 허락하라고... 동행한 친구의 격려가 많은 힘이 되었다. 그 친구도 신이 허락한 동행일 것이다 

 

정상을 밟는 순간은 희열이다. 열심히 산자가 누려야 할 특권이다. 앞서거니 뒷서거니 오른 동료들과 기쁨을 맘껏 한껏 누려도 된다. 멀리 산아래 산산산. 그리고 하늘 경계 아름다운 층층층.....발을 꾸욱! 찍었다

 

진눈깨비가 올 것이라고 준비한 겉옷을 등뒤로 감추며 신이여, 감사합니다. 이 맑은 날씨 상쾌한 바람 , 그리고 거짓없는 사람들들...

 

 

 

산의 정경은 내려서면서 감상을 한다. 다리에서 여유를 느끼기 때문이다. 

 

생을 다한 고사목이 어디 그들만의 생이던가. 그 풍경 속에 나를 담아달라니. 지나던 한 여인이 박수를 보낸다

 

내려오는 길 홈바위 교 밑에 입이 벌어질 풍광  누군가가 쌓아올린 돌탑 탑탑탑.... 그들의 축원을 함께 빌고 

 

출발할 때의 산뜻한 모습과 달리, 땀 범벅에 후줄근한 내 모습을 사진에 담아 달라며 꿈을 이룬자의 여유를 보이려했다

 

사랑하는 한 여류는 나에게 이름값을 한다고 했다. 을숙이도 아니고 병숙이도 아니고 제1번 갑숙이다

물론 더 열심히 더 멀리보고 뛰라고 보낸 성원이다.

딴에는 오늘도 열심히 뛴다고 뛰었는데 모든이의 눈에 다 좋아 보이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어쩌랴! 외치고싶은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