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졸졸 시냇가에서
성갑숙
여린 물줄기 끼리 손잡고
함께 흘러 보세나
냇바닥에 엎드린 모래알이 보채거든
그 자리가 네 자리라며 쓰다듬어 주고
몸 부딪기 싫다 모난 돌 막아서거든
살짝 뜀뛰기 해 넘고
또 가다가 뜀뛰기도 버거운 돌 만나면
멀리서부터 도움닫기 해 보고
어쩌다가 그러다가 키를 넘는 바위덩이 버티거든
옆구리 돌아 얼른 지나도 보세나
때늦어 엄동 들이치면
이도 저도 못하고 얼어 붙어
용신 못할 더한 고통 닥칠 것이니
눈을 들어 너른 하늘 한번 올려다 보고
두 팔 훠이훠이 저어며 지쳐 가세나
우리 가는 길 여기가 끝이려니 하지마세나
내 몸 내 맘대로 구를 수 없는 큰 물 되고 나서
시퍼런 그리움 일어 몸부림 칠 때
우리 돌아 가고픈 곳 찾을 것이니
부대끼며 생채기 내던 그 시냇가 식구들
그 목소리 그 몸짓 눈에 밟혀서
바다 건너 산을 넘고 하늘 넘어
굽이굽이 떠돌다 다시 돌아와
시리도록 눈 맞추고 두 손 꼬옥 잡고
어제 본 듯 말간 얼굴 보여줄 수 있도록
우리 돌아갈 곳 청강으로 남겨두세나
(2011. 3. 19. 시산 정기총회를 마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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