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시 창작 과정 |
강의 진행자 : 김문기 (hipen@naver.com) |
동시를 창작할 때는 실제적 개연성의 바탕 하에서 쓰여져야 합니다. 실제 생활의 한 단면으로써 독자가 인식하고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하니까요.
개연성 ; [사전 풀이] 꼭 단정할 수는 없되, 대개 그러하리라 생각되는 성질
동시를 창작할 때는 판타지 기법이 흔히 쓰입니다. 별이 어디로 잠을 자러 갔다는 둥 꽃 속에 내 소망이 담겨져 있다는 둥……. 흔히 그렇습니다. 그런데 그 환타지 역시 개연성의 바탕 하에서만 가능하고 그래야 그 시적 상황을 추론할 수 있고 또 그래야 느낌이나 감동이 독자의 가슴에까지 닿을 수 있습니다. 만약 어느 시인이 책상에 앉아 공상만으로 작품을 썼다면? 실제 독도에 가보지 않았으면서도 마치 거기에 가본 것처럼 거기서 새를 만났다느니, 꽃을 만났다느니, 혹은 사람을 만났느니, 어쩌고 그 공상의 이야기를 동시로 썼다면? 그럴 수도 있겠지만, 솔직히, 창작의 기본자세가 아닙니다. 무의미한 글쓰기라 할 수 있습니다. 글이란 직접이든 간접이든 자신이 체험한 내용이어야 하고 삶의 기록이어야 가치가 있는 법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실제 체험으로부터 그것이 동시라는 작품으로 완성될 때까지의 과정에 대해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다음의 일기를 보세요. 일기라기보다는 간단한 메모쯤으로 생각하기 바랍니다.
실제 체험을 바탕으로 한 위 내용은 동시 창작을 하는 기본 자료가 됩니다. 더욱이 글 쓴 사람은 ‘손주 녀석과 같이 있으면 나 역시 어린애가 되어 놀고 있으니’라며 너무나 쉽게 동심의 세계에 빠져든다는 사실을 밝히고 있습니다. 스스로 아동문학가가 될 수밖에 없는 당위성도 피력했습니다. 위 내용을 바탕으로 동시 창작의 처음 단계를 생각해 보겠습니다. 물론 시적 화자는 ‘나’이지만 그것은 현실 속의 ‘나’가 아니라 손주 녀석입니다. 손주 녀석의 일과를 그의 시점에서 동시로 쓰는 것입니다.
ⓐ 고층 아파트 위 체험 내용을 바탕으로 첫 부분을 이렇게 쓰고 보니, 표현이 좀 단순해 보입니다.
ⓑ 하늘 중간쯤 두 번째 부분을 이렇게 쓰고 생각해 보겠습니다. ‘멍하니 창 밖을 본다.’라고 했는데, 그 이유는 무엇인가요? 지겨운 일상에서 좀 벗어나려는 생각에서겠지만 그 이유가 작품에 표현되었나요?
ⓒ 빌딩 숲새로 세 번째 부분을 이렇게 쓰고 생각해 보겠습니다. 햇살의 색깔이 노란 색인가요? ‘따뜻한’이나 ‘밝은’이라고 표현하면 어떤가요? 전체적 장소 설정이 아파트 단지인데, 느닷없이 왜 ‘골목’이 등장하고 있나요?
ⓓ 강마을 외딴 집 마지막 부분을 이렇게 쓰고 나서 생각해 보겠습니다. 3행까지의 내용이 너무 평이하지 않나요? 그리고 요즘 세상에 ‘강마을 외딴집’이란 장소 설정이 너무 고루하지 않나요? 이런 식의 반성 작업이 꼭 필요합니다. 스스로 자문자답하며 고쳐야 합니다. 다른 사람에게 비평을 받아 고칠 필요도 있고요. 그런 가운데 좋은 작품이 나오는 법입니다. 결국 위 실제적 체험을 바탕으로 하여 다음과 같이 작품을 써 보았습니다.
이 아파트 엘리베이터를 타면 비틀거리며 내 방에 들어와 햇살 한 자락 프리즘처럼 꺾여와 햇살 대신 내 손가락을 꼼작 꼼작
일단, 이렇게 『아파트 탈출』이라는 동시가 창작되었습니다. 동시란 밝고 귀엽고 예쁘게 꾸미면 된다는 식의 일반적 고정관념을 깨뜨린 작품입니다. 요즘 어린이가 안고 있는 고민, 강박관념, 소외 등 제반 문제점들은 성인 사회의 그것에 못지 않습니다. 그 일편을 위와 같이 동시로 썼다고 생각하면 되겠는데, 물론 시간을 두고 좀 더 갈고 다듬어야 합니다. 그럼 실제로 동시를 창작할 때의 조건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구구한 사전식 설명은 창작 강의에 있어 별 도움이 되지 못합니다. 어느 정도 수중에 달한 작품들을 실제 감상하면서 문제점들을 지적하고 그런 가운데 동시 창작의 조건들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1. 어린이가 흔히 쓰는 말 중에서 시어를 찾아야
산 높은 만큼 골짜기도 깊어 하늘은 넓어도 ――――― 습작품, 『옹달샘』중 1, 2연
위 작품은 옹달샘의 이미지를 잘 표현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만 살펴보면 성인 냄새가 나는 시어가 두 개나 있습니다. 바로 ‘조심스레 자릴 트고’와 ‘청명’입니다. 이런 시어가 보이면 어린이가 흔히 쓰는 시어로 고쳐야겠습니다.
⊙ 조심스레 자리 트고 ⇒ 제 자리를 찾아 이렇게 고친 후 다시 읽어보면 시상이 한결 부드러워져 보입니다.
2. 표현이 단순하고 명쾌해야
심술 난 해님 모두 ――――― 습작품, 『여름 날』중 1, 2연
위 작품을 읽으면 사실 무슨 내용인지 다 알 것입니다. 하지만 작자의 치기스러운 태도로 인해 그 표현과 구성에서 무리함이 드러났습니다.
위와 같은 모순으로 인해 시상 전개가 혼란스러워졌습니다. 그 반성 하에서 다음과 같이 고쳐보면 어떨까요.
무서운 태양은 이 지상의 모든 것을 이제야 만족한 듯 ――――― 고쳐 쓴 작품, 『여름 날』중 1, 2연
이 정도만 되더라도 시상 전개와 그 표현이 단순 명쾌해집니다.
3. 가급적 밝은 면을 강조하고 교육적 효과를 감안해야 봄의 높이는? ――――― 손동연,『봄의 높이』
이런 작품이야말로. 어린이에게 감성을 길러주는 좋은 예라 하겠습니다 종달새가 자유분방하게 나는 것을 보고 그것이 바로 ‘봄’이라는 계절적 개념의 높이로 본다는 인식이 참 일품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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