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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동화의 배경

가마실 / 설인 2011. 3. 20. 16:43

동화의 배경


2) 背景(環境 Environment)

아동를 둘러싸고 있는 환경의 문제는 매우 민감한 요소이다. 환경은 아동를 가르치는 교실의 역할을 담당한다. 인간이 태어나서 접하는 최초의 학교는 어머니이고 가정이다. 어머니학교와 가정학교는 사회학교, 지역학교, 시대학교라는 범위로 확대된 후까지도 아동 인성 발달을 좌우하는 중요한 기초가 된다.


아동이 점차 자라서 뛰어 놀던 집안팎의 마당과 동네의 골목길, 소꼽장난하다가 싸운 동무들, 근처의 공원과 큰 나무와 문득 마주친 이웃 사람들, 이 모두가 아동의 정서와 심성을 육성하는 중요한 요소가 된다.


동화 가운데에는 우리의 삶의 현장을 배경으로 한 것도 있지만 동식물이나 천체의 세계 등 자연계를 소재로 한 작품들이 많고, 도깨비나 선녀 등 불가시적인 세계를 소재로한 작품들도 있으며 무생물을 의인화한 작품들도 있다. 또 미래에 대한 공상과 비현실적인 환상도 별 거부감 없이 자연스럽게 받아들여 진다. 따라서 동화의 배경은 소설의 배경보다 다양하고 다양한 만큼 복잡하다.


동화의 배경은 어떤 종류의 것이든 스토오리의 리얼리티를 뒷받침해 주는 역할을 할 때 의미를 가진다. 현대에 이르러는 동화 외의 다른 장르에서도 배경이 점차 중요한 의미를 띠게 되었으며, 동화에서도 전보다 훨씬 더한 중량으로 배경의 문제를 고려하게 되었다. 지리적 조건이나 환경의 문제, 우주와 태양계를 중심으로한 환상적 주제의 동화가 근래에 들어 적쟎게 발표되고 있는 것도 그런 맥락에서 파악해야 할 것이다.


배경을 구심점으로 하다 보면 인물이나 구성(스토오리)이 오히려 부수적인 것으로 밀려나는 수가 있다. 즉 배경 외의 다른 부분은 배경 묘사에 강점을 더하는 보조적 도구로 밀리는 것이다. 소설에서 소위 분위기 소설이라고 하여 아무런 사건도 전개시키지 않고 무드만을 안개처럼 깔고 있는 작품이 있는데, 동화는 소설과 달라서 성공을 기대하기 어렵다. 동화의 배경을 간단히 현실적 배경, 환상적 배경, 심리적 배경으로 압축하여 살펴보자.

가) 現實的 背景
현실적 배경이란 아동이 처해 있는 생활 주변을 말한다. 그것은 아동들이 실제로 활동하고 있는 시간과 공간으로서 아동들에게 낯설지 않다.


성인의 문학에서는 표현이 다소 미흡하더라도 성인들이 축적한 체험과 그에 따른 상상력이 있기 때문에 미숙한 표현을 보완할 수 있다. 그러나 동화의 독자인 아동에게서는 그것을 기대할 수 없다. 표현된 것은 있고 표현되지 않은 것은 없는 것과 같다.


현실적 배경은 사람 사이의 일만이 아니라 자연계의 일까지 포함한다. 그러나 의인화 되지 않는 상태의 있는 그대로의 자연적 배경이 자칫하면 자연과학적 배경으로 그칠 수가 있다. 동화에서는 현실적 배경을 제시할 때도 있는 그대로의 표현은 자제해야 한다. 생동감이 있고 신뢰를 줄 수 있지만 동화적 효과를 위해서는 과감이 삭제하고 보충해야 한다.


동화제작에 있어서의 삭제와 보충은 實感의 遊離와 補修라는 문장 수사학적 차원의 일이 아니다. 현실을 충실히 제시하다 보면 건조하고 삭막한 표현이 되기 쉬우며, 우리의 현실을 그대로 표현하는 것으로는 아동의 정서 순화를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에 취해야 되는 과중이다. 동화에서는 리얼리즘이란 말은 명확한 현실묘사라는 의미를 떠나서 긴밀한 필연성이라는 의미로만 적용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환타지가 아닌, 있는 그대로의 현실이며 현실적 배경은 무익하다.

덕재(덜렁이)는 해방이 되기 전에 태어났습니다. 아키시아 향기 그윽한 첫여름에 태어난 덕재는 무럭무럭 자랐습니다. 덕재가 태어난 지 백일 되는 날에 일본은 연합군에게 항복하고 우리 나라는 해방이 되었습니다.
해방을 밪은 민족의 기쁨은 달덩어리를 껴안은 듯했습니다.


이런 행복을 온 몸에 안고 자라던 덕재에게도 불행은 찾아왔습니다. 6.25사변이 터졌습니다. 이는 덕재에게만 찾아온 불행이 아니었습니다. 대한민국 국민 모두의 가슴에 불덩어리를 안은 비극이었습니다.


여섯 살이 된 덕재는 가족과 함께 여름의 뜨거운 열기 속에서 남으로 남으로 피난을 가야 했습니다. 어린 덕재는 총알 나가는 소리와 포탄 터지는 소리가 싫지는 않았습니다. 무슨 연극이나 영화를 보는 듯해 피난길에서도 큰 괴로움은 몰랐습니다. 다만 찌는 듯한 더위와 밤이면 모기떼 때문에 귀찮았지만 시골 여행을 떠나는 기분이었습니다.


서울에서 봉개까지 오는 데는 사흘이나 걸렸습니다. 덕재에게는 전쟁이 일어났는지조차 모를 만큼 조용하고 포근한 시골이라서 그저 좋기만 했습니다. 농촌의 이모네 식구들은 덕재에게 너무너무 친절했습니다. 아무 물정 모르는 덕재는 시골이 서울보다 훨씬 좋다는 생각뿐이었습니다.
- 김용재 <덜렁이 아저씨> 에서 -

위의 글은 덕재(덜렁이)가 처해 있던 상황의 설명이 성실하게 나타나 있7다. 작가는 덜렁이라고 하는 올해 마흔 살인 이 주인공이 왜 동네에서 사람 대접을 받지 못하게 되었는가를 설명하기 위하여 그가 살아온 내력을 소상히 소개하고자 하였다.


성실한 표현은 무엇보다도 교육적인 가치를 가진다. 이러한 동화는 아동들에게 한 인간이 살아가는 과정에서 겪게 되는 갖가지 체험과 그 추이를 알게 해주며 역사적인 지식도 심어 줄 수 있을 것이다. 즉 전쟁이란 사람의 운명을 뒤바꿔 놓는 무서운 것이라는 것, 해방이 된 것은 일본이 연합군에게 항복을 함과 동시에 이루어진 것이라는 것, 덕재가 태어난지 꼭 백일이 되던 날 해방이 되었다는 것, 그리고 해방이 된지 5년 후에 6.25사변이 일어났다는 것 등을 독자는 이 동화를 통하여 정리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정직하고 성실한 내용이 자칫하면 지루함을 줄 수도 있고, 실감을 중시하다가 미감을 상실할 수 있다는 것이 현실적 배경묘사가 범할 수 있는 취약점이다. 동화는 시에 못지 않은 요약과 압축을 필요로 한다. 역사적인 현실을 표현해야 할 경우에도 실재의 상황을 소상하게 설명하면 할수록 그만큼 위험 부담을 안게 된다.

 

 

 

출처 : 박종국 수필가의 일상이야기
글쓴이 : 박종국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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