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동화의 작법
(1) 동화의 요소
소설가가 소설을 한 편의 작품으로서 완결시키 위해서 필요한 요소를 갖추어야 하는 것처럼 동화작가 역시 그렇다. 작가는 자신이 쓰고 있는 작품이 ① 궁극적으로 무엇을 말하려고 하였는가(主題), ② 어떤 방법(순서와 구조)으로 말하였는가(構成), ③ 어투가 어떤가(文體)를 생각해야 한다.
소설이나 동화는 이야기를 내용으로 한다는 점에서 공통되며, 그 내용은 작가가 독자에게 전달하고자 하는 정신의 핵심(주제)이다. 그러나 전달하고자 하는 내용이 아무리 훌륭한 것이라 해도 어떠한 구조와 방법으로 얽어냈느냐(구성하였느냐)에 따라 전달 효과는 크게 달라진다. 같은 재료도 요리의 방법에 따라서 전혀 다른 맛을 내는 것과 같다 하겠다. 구성은 이러한 의미에서 주제에 못지 않게 중요하다. 또 같은 방법으로 만들어진 요리라도 어떤 그릇에 얼마의 분량을 어떤 모양으로 담아 내느냐에 따라서 식욕이 달라지는데 이에 해당하는 것이 곧 문체라고 하겠다.
1) 主題(Theme)
동화는 문학의 어떤 장르보다도 주제가 강조된다.
예컨데 시는 주제를 가지고 있지 않을 수도 있다. 아무런 의미도 담지 않는 無意味詩라는 것이 있으며 애매모호하고 막연한 정서만 담아 내는 시도 있는 것이다. 그리고 그런 시가 뚜렷하고 강한 의미를 가진 시보다 감동적이며 예술적이라는 평가를 받기도 한다. 현대에 이르러는 소설에서도 작가의 의도나 주장을 노출하지 않으면서 모든 해석과 결론을 독자 스스에게 맡기는 경향이 있다. 현대문학의 이러한 경향은 희곡이나 기타의 다른 장르로도 확산되고 있다.
그러나 동화에서는 다르다. 동화를 쓴 목적이 무엇인가, 작가가 그 동화에서 말하고 싶은 사상이나 철학은 무엇인가, 하는 면이 전혀 나타나 있지 않다면 그 동화는 일단 동화로서 실패한 것이다. 동화작가는 성인의 입장이 아닌 아동의 입장에서 아동의 이해력을 고려하면서 작품을 쓰지 않으면 안되며 그 주제가 분명하고 평이하여야 한다.
이해력이 미숙한 아동들을 독자로 삼고 있기 때문에 분명하지 않은 주제는 오해의 소지를 가지게 된다. 전래동화의 주제가 대부분 단일하고 쉬우며 누구나 알 수 있게 노출되어 있는 것은 동화의 일반적 패턴을 잘 설명해 주는 사항이라고 하겠다. 그러나 창작동화에서는 전래동화에서와 같이 '효'니 '정직'이니 '순종'이니, 확실하고 분명한 하나의 주제를 설정하기가 용이하지 않다.
우선 위에서 예시한 창작동화를 대상으로 그 주제를 살펴보더라도 그 주제가 전래동화에서처럼 단일하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아기 구름>의 주제는 작고 여린 것에 쏟는 순수한 사랑이라고도 할 수 있고 자연 속에 담겨 있는 평화라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또 <메밀>은 겸허한 순종의 미덕, 혹은 대자연의 질서가 그 주제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와는 전혀 다른 주제를 발견하는 독자도 있을 수 있다.
창작동화의 주제가 복합적인 것은 타동화와의 유사성을 최대한 피하여 독창성을 지향하려 하기 때문이며, 복잡한 현대행활의 특성이 동화의 주제에까지 영향을 미치기 때문일 것이다.
동화의 주제는 긍정적인 교훈을 담고 있어야 한다. 잘못을 저지르고도 전혀 후회하지 않는 인간의 이야기, 자연의 훼손을 부채질하는 이야기, 오만불손하고 법도를 어기는 인간이 끝까지 복을 받는 이야기 등은 구성이나 문체가 아무리 뛰어나도 좋은 동화가 될 수 없다. 그것은 동화로서뿐만 아니라 다른 문학 장르로서도 성립되어서는 안된다.
문학이 권선징악이라는 주제를 강하게 노출할 때는 예술성을 인정받지 못하게 된다. 그러나 그것은 권선징악을 다루는 방법이 미숙하기 때문이지, 권선징악 그 자체에 문제가 있기 때문은 아니다. 특히 아동를 상대로 하는 동화에서는 어떠한 형식으로든지 권선징악의 개념이 용해되어 있어야 한다. 그리고 인생과 자연을 바라보는 작가의 시선이 따뜻하고 희망에 넘치지 않으면 안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