벚꽃 지면
겨우내 할퀸 상처
멍울 터트려 아물게 하신이여
하얗게 달려온 시간들을 잠시
길 위에 머물게 하시는군요
나에게 부족한 시간들도
잠시라도 좋으니
저들같이 아름답게 하소서
지나간 시간들을 후회하며
빈손으로 서 있는 나무에게도
녹의홍상 다려 입혀
칠흑 같던 상실감 씻게 하소서
때를 맞혀 가는 비 내려
희비를 아우르시니
축제 끝날
정갈히 돌아가게 하신이여
다가올 녹음의 계절
내 안에 있는 또 다른 나에게
기다려야 하는 것은 기다리게 하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