多笑곳 이야기/운문(신작)

(시) 마음으로 먹는 감

가마실 / 설인 2021. 1. 10. 11:14

 

마음으로 먹는 감  / 성갑숙

 

무창포가 내려다보이는

펜션 로빈하우스에 묵은 적 있지요

날 밝으면 해루질 나가기로 한, 12월 대사리 때,

밤사이 겨울왕국 엘사가 다녀갔나 봐요

남쪽에선 보기 드문 눈 구경하느라

뜰방에 오도카니 나앉았는데요

껏껏껏 …

하얀 눈송이 머리에 얹은 붉은 전등 몇

버석이는 감나무를 달래고 있고요

뒷산에서 내려온 때까치들

떫은 맛 가신 것을 모르느냐고

해루질은 언제 갈 거냐고

껏껏껏 …

그림을 그린다는 펜션 주인

그녀의 그림 속에 떫은 기억을 지우려면

서리가 내리고, 폭설이 내려도

매달려 있어야 한다고

껏껏껏…

무창포발 눈보라 휘감아 도는 날

감나무 우듬지에 펼친 그물은

유년시절 허리춤 조이듯 조여 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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