多笑곳 이야기/운문(신작)

헛개나무 아래서/ 성갑숙

가마실 / 설인 2020. 11. 18. 21:14

헛개나무 아래서 / 성갑숙

 

가을과 겨울 사이 헛장을 넣으며

입마개를 한 듯, 말 수를 줄여가는

나무를 올려다 본다

씨앗을 먼저 내어 준 열매의 약성에 대하여

뿌리의 깊은 인술에 대하여

사람들의 분분함을 털어내려는지

여윈 가지를 허공을 젖는다

또 얼마간의 헛헛함을

그 쓸쓸함을 애 써 감추려는 시간

박새 한 무리 날아와 넓은 품을 파고든다

 

 

(전남예술제 시화. 전남문학 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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