헛개나무 아래서 / 성갑숙
가을과 겨울 사이 헛장을 넣으며
입마개를 한 듯, 말 수를 줄여가는
나무를 올려다 본다
씨앗을 먼저 내어 준 열매의 약성에 대하여
뿌리의 깊은 인술에 대하여
사람들의 분분함을 털어내려는지
여윈 가지를 허공을 젖는다
또 얼마간의 헛헛함을
그 쓸쓸함을 애 써 감추려는 시간
박새 한 무리 날아와 넓은 품을 파고든다
(전남예술제 시화. 전남문학 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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