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으로 먹는 감 / 성갑숙
무창포가 내려다보이는
펜션 로빈하우스에 묵은 적 있지요
날 밝으면 해루질 나가기로 한, 12월 대사리 때,
밤사이 겨울왕국 엘사가 다녀갔나 봐요
남쪽에선 보기 드문 눈 구경하느라
뜰방에 오도카니 나앉았는데요
껏껏껏 …
하얀 눈송이 머리에 얹은 붉은 전등 몇
버석이는 감나무를 달래고 있고요
뒷산에서 내려온 때까치들
떫은 맛 가신 것을 모르느냐고
해루질은 언제 갈 거냐고
껏껏껏 …
그림을 그린다는 펜션 주인
그녀의 그림 속에 떫은 기억을 지우려면
서리가 내리고, 폭설이 내려도
매달려 있어야 한다고
껏껏껏…
무창포발 눈보라 휘감아 도는 날
감나무 우듬지에 펼친 그물은
유년시절 허리춤 조이듯 조여 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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