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행시)
폭포 앞에 선 여자 / 성갑숙
우물 안 개구리로
안 보고, 안 쓰고 살다보니
속엣 것, 다 제것인 줄 알았다
어깨 힘 남았을 때
한 두레박식 퍼내어
식속들 목 축여 건사하면
그런대로 인정 받고 사는 줄 알았다
101배 넓은 나라 캐나다,
시작도 끝도 없는 폭포 앞에서야
속엣 것, 다 부질없는 것이라는 걸
알게 된 건 아니지만
한번쯤은 쏟아버리고 싶었다
오장육부 구석 구석 맺힌 것까지도
꼭 한번은 쏟아버려야 했었다
햇살 고운 날은, 바닥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오래 전 그 우물 속으로 들어가
켜켜이 쌓인 침전물을 바가지로 긁어내서
거대한 나이야가라.
저 요동치는 소용돌이 속으로
처 넣었어야 했었다
그것이 꼭
한국에서 여자로 태어났기 때문이라고 말한다면
제 나라 역사를 제대로 교육받지 못한
죄가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