多笑곳 이야기/운문(신작)

폭포 앞에 선 여자

가마실 / 설인 2014. 10. 5. 15:34

 

(기행시)

 

폭포 앞에 선 여자 / 성갑숙

 

우물 안 개구리로

안 보고, 안 쓰고  살다보니

속엣 것, 다 제것인 줄 알았다

 

어깨 힘 남았을 때

한 두레박식 퍼내어

식속들 목 축여 건사하면

그런대로 인정 받고 사는 줄 알았다

 

101배 넓은 나라 캐나다,

시작도 끝도 없는 폭포 앞에서야

속엣 것, 다 부질없는 것이라는 걸

알게 된 건 아니지만

한번쯤은 쏟아버리고 싶었다

오장육부 구석 구석 맺힌 것까지도

꼭 한번은 쏟아버려야 했었다

 

햇살 고운 날은, 바닥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오래 전 그 우물 속으로 들어가

켜켜이 쌓인 침전물을 바가지로 긁어내서

거대한 나이야가라.

저 요동치는 소용돌이 속으로

처 넣었어야 했었다

그것이 꼭

한국에서 여자로 태어났기 때문이라고 말한다면

제 나라 역사를 제대로 교육받지 못한

죄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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