多笑곳 이야기/운문(연작)

빈집

가마실 / 설인 2010. 8. 28. 23:04

빈집

가마실 연가 39


어머니 없는 집에 불을 켰어요

안방에도 마루에도

바깥마당가 화장실에도


마당 끝 텃밭에

딸들이 차례로 달려와

걷이 끝낸 고구마 줄기

어둠을 움켜잡고 엎드려 있네요


이즈음 어머니 곁에 누우면

우물가 귀뚜리소리 자장가처럼 들리는데

오늘밤은 그마저 멈추었네요


남새밭에 푸릇푸릇 오른 푸성귀는

어머니 홀로 밥상 채울 것이었지요

끼니마다 풀칠만 하고 계시다가

뒤늦게 떠올리는 기름진 반찬도

풀칠하고 마는군요


한그루 남은 삽짝 옆 감나무

홍시가 흐르는 것도 모르고

요양병원 침상에 맥을 놓고 계시면

어쩌시게요 이 너른 집은


밤은 깊어오는데 어머니 가쁜 숨소리는

자꾸 나를 일으켜 세우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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