多笑곳 이야기/운문(연작)

폐교

가마실 / 설인 2010. 8. 15. 09:59

가마실 연가 21

- 폐 교 -



읍내로 향한 길 모퉁이

하얀 건물 두 동으로 개교한 초등학교


모든 길은 그곳으로 부터 시작되었다. 논밭의 곡식도 줄기를 떠날 때면 그길을 향해 고개를 돌리고, 어제 낳은 가축의 걸음마도 그곳을 향하였다. 교실이 여섯동, 아홉동으로 늘어나면서 화장실 공포가 사라진다고 모두들 좋아했다 밑이 훤하게 내려다 보이는 나무토막을 촘촘히 엮어 만든 통나무집이 세멘바닥으로 단장하던 날 나는 몹시 앓았다. 예방주사를 맞기위해 줄 서다 긴장한 나머지 뛰어 들어간 통나무집은 공포에 질린 나를 감싸 안고 오래오래 다독여 주었다. 친구들의 훌쩍임을 싣고 보건소 차가 떠난 뒤 삐걱이는 문고리를 조심 풀어놓자, 세상에 혼자 된 듯 황량한 뒷뜰에는 병습한 바람이 일고 있었다. 그때 울타리 밑 화단 가 방긋 웃는 씀바귀 꽃의 하얀 손짓. 해마다 씀바귀는 피고 또 피어 건강 지켜주었다. 내 아이들이 낯선 운동장을 기웃거릴 때까지


(주) 효성 가족

이름도 굵직한 화초들이 울타리 안을 꽉 메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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