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낭송자의 얼굴 표정이 밝아야 청중의 얼굴도 밝아진다.
1. 근엄한 표정이 너무 많다.
청중 앞에서 문학 작품의 낭송이나 발표, 토론, 사회, 격려사, 또는 연설이나 비평 등을 하
는 사람들 중에는 그 표정이 딱딱하게 굳어 있는 사람들이 상당히 많다. 비단 경
험이 부족하거나 처음인 사람들뿐만이 아니라 스스로 경험이 풍부하다고 자부하는
사람들 중에도 그 표정이 밝고 부드럽지 못하고 어둡고 근엄한 표정을 짓고 있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흡사 화가 난 것처럼 무뚝뚝하거나 퉁명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는 사람들도 자주 볼 수 있
다. 뿐만 아니라 얼굴 표정이 너무 굳어 있고 무표정해 아주 냉정한 사람처럼 보
이는 사람들도 있다.
특히 우리나라 사람들은 서양 등과 같은 외국 사람들에 비해 표정이 어둡고 근엄하거나 무
표정한 경우가 아주 많다. 비단 연단 위에서 뿐만이 아니라 평소의 얼굴 표정에서
도 이런 모습이 흔하다.
물론 우리나라 사람들에게서 많이 볼 수 있는, 이 같은 무뚝뚝하거나 무표정한 모습은 자
신의 감정이나 속마음을 겉으로 금방 드러내지 않는 것을 미덕으로 여겨 온 유교
사상의 영향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그만큼 유교 사상은 오랜 세월 동안 우리나라
사람들의 사고방식이나 생활 태도 등에 커다란 영향을 끼쳐 왔을 뿐만 아니라 사
람들의 얼굴 표정을 무뚝뚝하거나 무표정한 모습으로 만드는 역할까지도 한 셈이
다.
이와 아울러 우리나라에서는 예로부터 외적의 침입이 잦았고 갖가지 변란이 많았으며, 이
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죽거나 다치고 집안이 풍비박산이 아는 등 불행과 슬픔을
겪는 사람들이 많았는데, 이것도 우리나라 사람들의 얼굴 표정을 굳어지게 만드는
역할을 했을 것이다.
더욱이 근세에는 일제의 침략과 오랜 식민지 생활, 남북 분단의 비극, 여러 가지 정변들과
치열한 생존 경쟁 등으로 인해 사람들의 마음이 밝기 어려운 상황이 많았는데, 이
러한 부정적 사회 현상들도 역시 사람들의 얼굴 표정을 밝지 못하고 굳어지게 만
든 한 요인이 되었을 것으로 생각된다.
여러 가지 이유로 우리나라 사람들의 얼굴 표정이 대체로 밝지 못하고 무뚝뚝하거나 무표
정한 얼굴 표정은 평소라면 혹 몰라도 많은 청중들이 바라다보고 있는, 연단 위에
서까지 계속된다면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2. 얼굴 표정이 밝아야 청중의 호감을 얻는다.
청중 앞에서 낭송이나 연설 등을 하는 사람은 자신의 무뚝뚝하거나 무표정한 얼굴 표정,
또는 어둡고 근엄한 표정 등으로 청중의 마음을 무겁게 만들고 그들의 얼굴 표정
까지도 덩달아 굳어지게 해서는 안 된다. 이것은 낭송이나 연설 등을 하는 사람으
로서 결코 올바른 태도도 아닐 뿐만 아니라 청중에 대한 예의나 매너 또한 아니
다.
오히려 청중에 대한, 커다한 실례요 죄악이다. 나아가서는 청중을 무시하는 태도도 되며,
그들의 마음과 육체에 해를 끼치는 행위도 된다.
또한 이와 같은 굳은 표정으로 낭송이나 연설 등을 한다면 그 내용이 아무리 좋고 언변이
나 목소리 등이 좋다고 해도 청중의 가슴속에 깊이 파고들며 공감과 호응을 얻기
는 어렵다. 듣는 사람들의 마음을 어둡게 하고 왠지 거북하고 부담스럽게 할 뿐
만 아니라 거부감마저 갖게 하는, 그런 굳은 표정으로 하는 말이 듣는 사람들의
마음 속에 기쁨과 공감을 안겨 주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따라서 청중 앞에서 낭송이나 연설 등을 하는 사람들의 얼굴 표정은 밝아야 하는 것이 기
본 원칙이다. 아울러 그 얼굴 표정 속에 기쁨과 희망, 여유, 미소, 청중에 대한 존
경심과 감사하는 마음 같은 것들도 함께 담겨져 있어야만 한다.
문학 작품의 나송 때에는 낭송자의 얼굴 표정은 별로 중요한 것이 아니라는 생각을 갖고
있는 사람들도 있을지 모른다. 그러나 낭송 때의 낭송자의 얼굴 표정에서도 역시
밝음과 기쁨, 희망, 여유, 미소, 청중에 대한 존경심과 감사하는 마음 등과 같은 것
들이 충분히 실려있지 않으면 그 낭송은 실패로 끝나기 쉽다.
오히려 청중에게 문학 작품의 가치와 의미를 전하고 청중과 함께 호흡하며, 그들에게 공감
과 문학적 희열 등을 선사해야 하는 것이 낭송 문학인만큼 낭송자는 더욱 자신의
좋은 얼굴 표정을 연출하도록 힘써야 한다. 물론 작품의 내용이나 흐름 등에 따라
때로는 고뇌나 갈등, 슬픔, 허무, 분노 등의 표정을 짐짓 지어 보일 수도 있겠지만,
기본적으로는 밝고 좋은 얼굴 표정을 잃지 말아야 하는 것이다.
그래야만 청중에게 좋은 인상과 이미지를 안겨 줄 수 있으며 그들의 가슴속에 깊이 파고들
며 감동을 불러일으키기도 쉽다.
자고로 사람이란 상대방의 좋은 인상과 밝은 표정에 호감을 느끼고, 쉽게 가까워질 수 있
는 법이다. 반면에 상대방의 어둡고 굳은 표정에는 경계심이나 두려움부터 갖기
마련이다.
대인관계에서 흔히 상대방의 첫인상부터 살피며, 그 첫인상을 중히 여기는 것도 이러한 이
유에서다. 또 웃는 낯에 침 뱉으랴? 거나 웃는 얼굴이 우는 얼굴보다 백 배 더 이
롭다는 등의 옛말이 전해 내려오는 것도 그 인상이나 얼굴 표정의 중요성을 강조
하기 위한 것이다.
3. 청중을 다정한 친구나 연인으로 생각하면 표정이 밝아진다.
물론 청중 앞에서 얘기해 본 경험이 별로 없거나 처음인 사람이 연단 위에서 밝고 웃는 표
정, 기쁨과 희망이 넘치는 표정, 여유 있는 표정이나 미소, 또는 청중에 대한 존경
심과 감사하는 마음이 담긴 표정 등을 짓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평소에는 이 같
은 표정을 잘 짓던 사람일지라도 막상 연단 위에 올라가 많은 청중을 대하게 되면
어느새 표정이 굳어지기 마련이다.
하지만 그럴수록 밝고 좋은 표정이 되도록 애써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우선 청중에 대한 두려움이나 공포심부터 빨리 없애도록 해야 하는데, 청중
을 무슨 적대관계에 있는 사람들처럼 여긴다면 청중에 대한 두려움이나 공포심은
한결 더 커질 수밖에 없다. 따라서 청중을 다정한 친구나 이웃, 또는 사랑하는 사
랑 등처럼 생각한다면 청중에 대한 두려움이나 공포심은 한결 적어지고, 보다 밝
고 좋은 표정도 지을 수 있을 것이다.
비단 연단 위에서 낭송이나 연설 등을 하는 사람들뿐만이 아니라 청중도 역시 마찬가지다.
연단 위에서 낭송이나 연설 등을 하고 있는 사람을 자신과는 전혀 무관한 사람이
나 적대관계에 있는 사람처럼 생각한다면 그들의 얼굴 표정도 역시 굳어지기 쉽
다. 반면에 연단 뒤에 있는 사람을 자신의 친구나 동료, 이웃, 또는 사랑하는 사람
이나 동반자로써 생각한다면 그 사람을 바라보는 얼굴 표정은 한결 밝고 부드러우
며 우호적이 될 것이다.
또 청중의 얼굴 표정이 한결 밝고 부드러우며 우호적이라면 연단 위에서 낭송이나 연설을
하는 사람도 자연히 힘이 나고 기분도 좋아질 뿐만 아니라 얼굴 표정도 한결 밝아
지기 마련이다.
그래서 유능하고 경험이 풍부한 문학 작품의 낭송가나 사회자, 토론가, 강의하는 사람, 또
는 연설가 등은 자신의 얼굴 표정이 밝고 좋아지도록 애쓰는 한편 청중의 얼굴 표
정도 역시 밝고 좋아지도록 애쓴다. 자신의 얼굴 표정이 밝고 좋아야만 청중의 얼
굴 표정도 밝고 좋아지고, 그로 인해 다시 자신의 얼굴 표정이 더욱 밝고 좋아지
는 등 계속해서 좋은 의미의 파급 효과가 생겨나며, 그 결과가 좋아진다는 사실을
경험등을 통해 이미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4. 때로는 연고 관계나 인연을 들먹이는 것도 필요하다.
청중의 마음과 얼굴 표정을 보다 밝고 기쁘게 하고, 낭송이나 연설 등을 하는 사람에 대해
친밀감과 호감을 갖도록 하기 위해서는 때로 청중과 자신과의 친분관계나 긴밀한
인연 등을 강조하는 방법을 쓰는 것도 아주 효과적이다. 특히 우리나라 사람들은
예로부터 학연이나 지연, 혈연 등 갖가지 연고 관계나 인연 등을 무척 중시하며
이에 큰 영향을 받는 경향이 있는데, 이를 적절히 활용한다면 그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이를테면 청중이 마침 자신과 동향이거나 동문이라면 무엇보다도 먼저 이를 밝히며 자신과
의 끈끈한 연고 관계를 강조한다면 아주 큰 효과를 볼 수 있다. 그런 말을 듣자마
자 청중의 얼굴 표정에는 연단 위에서 지금 말하는 사람에 대한 호감과 친밀감,
또는 기쁨과 반가움 같은 것들이 실리며, 그와의 동류의식이나 연대감 같은 것들
을 느끼게 될 것이다.
그러면서 저 사람이 우리와 동향이로군. 우리 동문이라서 그런지 역시 뭔가 달라. 동향 사
람이라니 반갑군. 하며 옆 사람들과 잠시 이야기를 나누며 반가움과 친밀감, 놀라
움 등을 표시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을 것이다. 또 반가움이나 격려, 동류의식의 표
시등으로 희색이 되어 박수를 치거나 환호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이쯤 되면 낭송이나 연설 등을 하는 사람은 자연히 힘이 나고 자신감도 생긴다. 뿐만 아니
라 굳어 있던 얼굴 표정도 스르르 풀리며 한결 밝고 좋은 표정이 된다. 그리고 이
런 상태에서 낭송이나 연설 등을 하는 것은 마치 관중들의 환호와 격려를 받으며
달리는 것과 같아서 훨씬 더 좋은 결과를 얻기 마련이다.
만일 청중과 특별한 연고 관계 같은 것이 없더라도 그다지 걱정할 필요가 없다. 왜냐하면
이것저것 따져 보고 애써 인연을 찾다 보면 반드시 무엇인가 인연이나 연고 관계
가 발견되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청중과 자신과의 인연이나 연고 관계 등을 찾아 이리저리 줄을 잇다 보면 무언
가 공통적인 요소가 나타나기 마련인 것이다. 또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
걸리, 라는 말이 있듯이 적당한 이유를 붙여 보면 청중과 어떤 연관성이 나타나지
않을 수 없다.
이를테면 청중이 대부분 노년층의 사람들이고 자신도 역시 노년층의 사람이라면 이것을 빌
미로 하여 서로간의 동류의식을 강조하면 되는 것이다. 또 청중이 모두 군인들이
거나 학생들이라면 자신의 군대 시절이나 학창 시절의 얘기를 잠시 꺼내며 그들과
의 관련성이나 친밀감을 표시하면 되는 것이다.
이처럼 작은 인연이나 연관성을 강조하는 것이 낭송이나 연설 등에 무슨 도움이 되겠느냐
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사람이란 비록 그것이 아주 작은 것일
지라도 자신과 어떤 관련이나 인연이 있고, 또 그것을 얘기하며 접근해 오는 사람
에게 우선 친밀감과 동류의식 같은 것들을 느끼는 법이다.
따라서 청중과 자신과의 어떤 인연이나 연고 관계, 하다 못해 작은 인연이나 얼핏 대수롭
지 않은 듯한 연고 관계 등이라도 재빨리 찾아내서 이를 통해 청중에게 접근하는
자세는 꼭 필요하고도 요구되는 것이다. 기브 앤드 테이크 라는 말도 있듯이 청중
과 연단 위에 있는 사람사이에서도 서로 끊임없이 줌으로써 받고, 받음으로써 주
는 관계인 것이다.
(숲바다님의 글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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