多笑곳 이야기/운문(신작)

족적

가마실 / 설인 2014. 10. 27. 19:29

 

족적/ 성갑숙

 

 

발이 아프다

병원에서는 발가락이 더 휘기 전에 수술을 권하는데

아버지 남겨주신 결정 인자 하나쯤 간직하고 싶어 그냥 나왔다

 

구두 신기를 마다하신 아버지는

밖으로 휘다 못해 뒤틀린 고무신을 신고

선창들, 구월들, 가파른 화왕산까지 오르내리며

육남매 종아리는 튼실하게 곧은 길 걷기를 바라셨다

 

일정 때, 징용 끌려가 그 곳에서 자리 잡고 살만한데도

돌아 온 후 팔자걸음이 심해진 것은

읍내장날 막걸리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육남매 모두 출가하여 멋진 구두 앞다투어 사다드릴제

고맙다. 사람이 제 할일 다하고 나면 신발 벗고 간들 꿀릴 것 없다

사랑채 마루 끝 가죽구두 뒷굽을 결코 낮추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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