족적/ 성갑숙
발이 아프다
병원에서는 발가락이 더 휘기 전에 수술을 권하는데
아버지 남겨주신 결정 인자 하나쯤 간직하고 싶어 그냥 나왔다
구두 신기를 마다하신 아버지는
밖으로 휘다 못해 뒤틀린 고무신을 신고
선창들, 구월들, 가파른 화왕산까지 오르내리며
육남매 종아리는 튼실하게 곧은 길 걷기를 바라셨다
일정 때, 징용 끌려가 그 곳에서 자리 잡고 살만한데도
돌아 온 후 팔자걸음이 심해진 것은
읍내장날 막걸리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육남매 모두 출가하여 멋진 구두 앞다투어 사다드릴제
‘고맙다. 사람이 제 할일 다하고 나면 신발 벗고 간들 꿀릴 것 없다’
사랑채 마루 끝 가죽구두 뒷굽을 결코 낮추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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