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을 벌자/길떠나기(국내)

(기행) 순천만 남도삼백리 1코스 (2012.3. )/순천만 용산

가마실 / 설인 2012. 3. 20. 10:46

 

봄이어라.

여인의 비명을 듣는다. 그냥 방콕하며 바람기 잠 재우는 것은 현대를 사는 여인의 삶에 위배된다고...

순천의 남도삼백리 1코스 중간 지점에서 하얗게 질린 갈대처럼 허리를 꺾고 웃어젖혔다

여인이여! 이런날은 그냥 바람 부는대로 몸을 던져 볼일이다

 

 

 

탓하지마라. 연인이여! 피붙이여!

그대만 바라 볼 수 없는 날이  때로 있음을 그대 또한 알고있음이니

길가에 뾰족 뾰족 만세를 부르는 따스한 기운. 해방이다. 치마자락 펼치고... 바구니 들고... 

순천문학관과 낭트정원으로 드는 길에 오늘의 봄나들이를 시작했다

어제까지 어깨를 짓누르는 삶을 허허 웃어 날려버리고

 뒷모습이 좀 쓸쓸하다만 함께하는 친구가 있으니 헛 살지는 않았네 그려 

 

순천문학관에 도착하자 주인이 반갑게 맞아주신다

이런 행운도 쉽지않다. 문학관 주인 소설가 김승옥 선생께서 촬영차 내려와 계신다. 건강이 좋지않아 말씀을  못하신다. 하기사 작가는 글로 말한다 했다. 뜻밖에 해후한 고향 여류에게 종이에 글써서 반갑다 건네신다. 올해 등단 50년이라 특집을 엮으신다고...김승옥선생님 곁에 계신 백발의 노신사분은 작가의 절친이다. 서울에 사시는 작가께서 내려오시면 항상 동행하시는 분으로 결국 우리들의 곁에 끝까지 남아 손잡아 주시는 이는 친구인 것을.... 

작가와의 기념 사진을 찍고...김승옥선생님 건강하시기를 기원해 본다.     

 김승옥 선생님의 최근 근영을 안철수 화백이 연필로 그려놓았다.   

문학관 뜰에서 싸들고 간 점심 보따리를 펼쳤다.

그리고 알큰한 그 머시냐 캬~~ 한잔까지 걸치고 나니 여인들 볼우물에 홍조가 만연하다 . 화색이 돌기 전부터 원래 괜찮은 여인들이다

 프랑스 낭트정원을 옮겨놓은 곳에 따뜻한 시선을 묶어두고.... 

치자 열매인가 당신의 입술을 닮았구료. 향도 좋을테지요

이 여인 좀 보게나..기차 떠나기 전 잡아두고 싶은 것이 있을진저. 아! 세월이여! 나도 한때 꽤 잘나가던 여인이었다오  쩝! 뒷말 생략해야지.... 

 

 

물이 빠져 유람선을 못 탓네. 아쉬워라 홍일점 아들이 이모 팔에 매달렸으나 오늘은 날이 아니가벼...아들아 다음에는 꼬옥 타보자 잉~ 

 

  

 순천만 생태관과 천문대 

 갈대열차 출발지에 아담한 쉼터

 무진교가 저기 갈대밭 사이로 가리마같이 뻗어있고

 

추수를 한듯 갈대밭이 군데군데 베어져 있다. 저 위 용산에 오르면 멋진 모양이 그려져 있으리라 

 

두루미처럼 한쪽 다리를 들고 찍기로 했는데 아들이 타이밍을 제대로 못 맞혔구먼 

 갈대밭이 끝나는 즈음 출렁다리를 건너 용산으로 오르는 오름길이 있다 

 봄의 전령사 산수유가 손짓을 한다

 

  지친 여인들의 흩어진 모습 감추느라

 

 

 

 

 전망대에서 순천만 내려다 보며 차 한잔 분위기 좋고

 

순천만 전망대에서 5시간의 나그네 길을 접는다.

나그네 / 박목월

 

강나루 건너서

밀밭 길을

 

구름에 달 가듯이

가는 나그네

 

길은 외줄기

남도 삼백리

 

술 익는 마을마다

타는 저녁놀

 

구름에 달 가듯이

가는 나그네

 

원래 등잔 밑이 어둡다 했다.

순천에도 남도삼백리 길이 조성되고 있다는데.

동행한 여인 중에서 순천만을 처음 든 이도 있고. 용산에 처음 오른 여인도 있다.

서러마오. 여인이여! 오늘 나들이길 여기서 접는다만 이제 봄을 맞았으니 꽁꽁 묶인 발도 풀릴 날 있으려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