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 기다리는 그곳/ 성갑숙
녹음 짙은 날 한증막을 뚫고
효림원 숲을 향했다
그곳은 원래부터 산 중이라
당신은 삼복이 지나는 줄도 모른다
대로는 갈수록 좁아지고
깎아지른 가풀막은 차를 멈춘다
쉬어가자. 눈앞에 보일 듯한 그곳
먼저 못 가 안달 말고 뒤 미는 차를 먼저 보내자
다시 시동을 걸어보지만 무리다
지금 당신께 필요한 건 호박죽 한 그릇
그 것을 깨닫는 순간 등줄기 식은땀이 흐른다
지레 눌린 삶의 무게를 낯선 길에 내려놓았다
앞서간 당신 발자국이 보인다
생은 그렇게 사는 거라고
내 손으로 거두고 내 발로 걸어서
그곳에 도달해야 하는 거라고
-어르신 주의사항
-방문객이 음식을 임의로 드리지 말기
-양치: 가글볼 (치아 없음)
-고개 가누기 힘 듬 (베개로 지지하기)
-말 벗 해드리기
기다림에 지친 당신
반가움의 눈물 한 줄기도 버거운 당신
다 내려놓고도 더 내려놓고자 애 쓰는 당신
짐이 가벼워야 이르는 그곳
당신 기다리는 그 곳 극락정토이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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