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 버스 정류장
남호섭
할아버지는 술 먹다가
차 놓치고
할머니는 기다리다
기다리다 오줌 누러 간 새
차 놓치고,
또 한 시간
기다려야 하는
점방 앞
버스 정류장.
*밑줄 친 <구>가 시의 핵심을 나타내는 <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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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행에 대한 행갈이)
(원시)
할아버지는 술 먹다가
차 놓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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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아버지는
술 먹다가 차 놓치고
*원시에서는
차 놓치고를 2행 앞머리로 잡았습니다.
술 먹다가를 2행 앞머리로 잡는 것과 어떻게 다를까요?
이 시는 <술 먹다가>에가 아니라 <차 놓치고>에 시의 중심(동기와 주제)이 있기에 2행 앞머리로 잡아 강조하고자 했다고 봅니다. 만약 <술 먹다가>를 2행 앞 머리에 두면 <술 먹다가>가 시의 중심이 되니 이 시의 핵심 내용과는 거리가 멀어지는 것입니다. 즉, 이 시에서는 차 놓친 걸 시의 중심에 두고자 하는 것이지 술 먹은 걸 중심에 두고자 한 것이 아니라는 것,
(원시)
할머니는 기다리다
기다리다 오줌 누러 간 새
차 놓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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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는 기다리다 기다리다
오줌 누러 간 새
차 놓치고
*원시에서 <기다리다 기다리다>를 한 행으로 처리하지 않고 왜 2행으로 갈라치기를 했을까요?
앞에서 설명한 것과 마찬가지로 오줌 누러 간 새 보다 기다리다에 무게를 두고자 했다고 봅니다.
연과 행가르기를 적절하게 잘했다고 봅니다.
나는 성인시를 읽을 때 연과 행 가르기에 대해 눈여겨 봅니다. 그리고 내 나름대로 그 시인의 의도를
파악하고 고개를 끄덕입니다. 또한 연과 행 가르기를 보면서 시인의 개성을 보기도 합니다.
동시에서 보면 <연과 행>을 그저 내용 구분, 문장에만 맞춘 것을 보는데, 세심한 배려가 있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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