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시 감상 000편

제 32 편 '봄편지' 서 덕 출

가마실 / 설인 2010. 9. 19. 23:02

제 32 편 봄편지 서 덕 출


1906. 1. 24 ~1940. 1. 12. 경남 울산

아동문학가. 다리를 쓰지 못하는 불구의 몸으로 학교 교육을 받지 못하고 어머니에게 한글을 배워 동요를 짓기 시작했다. 오랫동안 신경통으로 고생하다가 34세의 나이로 죽었다.

1925년 〈어린이〉에 동요 〈봄편지〉를 발표해 많은 찬사를 받았다. 창가만이 어린이의 노래로 불리던 시절에 예술성을 가진 시와 어린이 노래를 발표했다는 점에 의의가 있다. 약 70여 편의 시를 발표했으며 처음에는 참신한 시를 썼으나 뒤에는 감상에 치우쳤다. 그가 죽은 뒤 유가족에 의해 동요집 〈봄편지〉(1951)가 출간되었다.

 

 

연못가에 새로 핀

버들잎을 따서요.

우표 한 장 붙여서

강남으로 보내면

작년에 간 제비가

푸른 편지 보고요.

조선 봄이 그리워

다시 찾아옵니다.


 

툴루즈 로트레크, 구본웅, 서덕출. 이 세 예술가들에게는 공통점이 있다. '물랭루즈의 연인'으로 유명한 로트렉, 시인 이상의 초상화를 그린 구본웅, 그리고 〈봄편지〉의 서덕출 등은 평생 척추 장애로 고통받았다. 장애는 그들의 천형이자 예술적 밑바탕이었다. 우리들은 그들을 감히 '우리들의 사랑스러운 꼽추 예술가들'이라고 부른다.


1907년 1월 울산에서 태어난 서덕출은 다섯 살 되던 1911년 자신의 집 대청마루에서 미끄러져 다리를 다친다. 이 다리의 염증이 척추까지 번져 결국 평생의 장애가 되었다. 1925년 《어린이》 잡지에 〈봄편지〉가 당선되면서 창작활동을 시작한 그는 서울에 있던 윤석중의 주선으로 대구의 윤복진, 언양의 신고송 등과 만나 교류하며 1940년 짧은 생애를 마치기까지 동시대 그 누구보다도 활발한 작품 활동을 하게 된다.


1927년 당시 북간도에 있던 윤극영이 곡을 붙여 전국적으로 널리 알려지게 된 이 시는 쉽고 간단하다. 연못가의 버들잎을 우표 삼아 강남으로 봄이 왔다는 전갈을 보내면 작년에 떠났던 제비들이 또다시 돌아올 것이라는 이 시의 전언은 맑고 곱다. 여기에는 한탄도 비애도 없다. 혹독한 겨울이 지나면 만물이 소생하는 봄이 돌아올 것이라는 사실을 추호도 의심하지 않는 순정한 영혼이 있을 뿐이다. 겨울은 가고 봄은 온다. 작년에 갔던 제비는 봄이 되면 다시 돌아온다. 자연은 속임수가 없다.


서덕출의 시는 이 '믿음의 노래'에 다름 아니다. "옛날의 왕자별을/ 못 잊어서요/ 새빨간 치마 입은/ 고운 색시가/ 흩어진 봉선화를/ 고이 모아서/ 올해도 손끝에/ 물들입니다."〈봉선화〉 '새빨간 치마 입은 고운 색시'의 손톱을 물들일 봉선화 꽃잎을 노래하는 이 시를 두고 누가 삶의 불우를 이야기할 수 있을까. 그러나 "산 넘어 저 쪽에는/ 누가 누가 사나요/ 천년 묵은 소나무/ 새와 동무 하여서/ 노래하고 춤추며/ 재미나게 산다오"〈산 너머 저쪽〉이라고 노래할 때 그의 시는 '맑은 슬픔'이 무엇인지 보여준다. 천년 묵은 소나무와 새가 친구가 되어 노래하고 춤추며 재미나게 사는 산 너머 저쪽을 꿈꾸는 영혼은 맑디맑아 오히려 슬프다.


2006년 울산 작가회의는 그의 탄생 100주기를 기려 1952년 출간되었던 그의 단 하나의 유고시집 《봄편지》를 복간했다. 이리하여 그의 '맑은 슬픔'은 다시 한 번 우리의 감성을 자극하게 되었다. 맑은 것은 슬픈 것이다.


버들잎 우표 삼아 제비에게 쓴 편지

           신수정․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