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천신문여성칼럼>
일하는 여성은 아름답다 /성갑숙 자신과 싸워 이긴 자만이 내일이 있다 신년 조간신문을 화려하게 장식한 신춘문예 여성 당선자들, 그 중에서도 50을 넘긴 최고령급 중년의 여성, 그 맑게 개인 얼굴 위에 문우의 얼굴이 클로즈업 된다. “나 다시 일 시작했어요.” 새 천년의 문턱을 넘어선 날, 멀리 사는 문우의 상기된 목소리가 전화선을 타고 기지개를 켰다. 불리한 조건은 다 짊어진 삶, 내가 누구인지 모르고 살면서도 내 안에 불을 끌 수 없었다는 기구한 운명을 타고난 여성, 어려운 여건 속에서 자신을 이겨내고 작가의 대열에 오른 여류시인에게 아낌없는 박수를 보낸다. 그리고 다시 일을 시작한 내 문우에게도...
몇 달 전 가까운 곳에서 열심히 살던 친구가 멀리 이사를 갔다. 남편은 직장이 불경기로 흔들리면서 기약 없이 객지를 떠돌게 되었고, 친구는 생계를 위한 일을 시작하면서 글쓰는 작업이 중단되다시피 했다. 그런데 이제 남편 곁으로 가더니 바깥일은 그만 두기로 했단다. 그동안 소홀했던 가사일이며 지친 남편과 아이들에게 재생의 활기를 부어주고 싶다했다. 억척스레 살아 온 길을 뒤돌아보니 얻은 것 보다 잃어버린 것이 훨씬 많은 것 같아 안타깝고, 무엇보다 문학에 대한 열정이 식어 다시 불 지피기가 두렵다했다. 그러나 가슴깊이 묻어 둔 불씨 하나 아직 꺼지지 않은 것 같아 승화시켜보고 싶단다. “그래요 정말 잘 됐네요. 지금 우리에겐 가사일도 만만치 않아요. 아이들 교육이 옛날 같은가. 청소, 세탁, 요리, 가족화합, 집에 돌아온 남편의 어깨를 따뜻이 맞아들임으로써 얻는 가치를 어찌 금전으로 환산하겠어요.” 듣기 좋으라고 한 말 같아 얼른 말을 끊은 후 한달여가 지난 어느 날 다시 전화를 받았다. ‘시간이 여유로우니 몸이 자꾸 아프네요, 여기 저기 군더더기가 붙고 신춘문예 마감은 다가오는데 원고지 위에 아이들 얼굴만 오락가락하고... 몸이 부서져라 움직일 때가 그래도 살맛난 것 같아요’
일하는 여성은 아름답다. 일반적으로 남성은 능력과 일을 추구하고 여성은 외모와 사랑을 추구한다. 하지만 여성이 본래 그렇게 태어난 것은 아니다. 우리 사회, 즉 봉건적 사회구조 때문이다. 아직도 무너지지 않는 남성 우월 사회에서 여성의 사회진출은 안팎을 갑절로 살아내느라 불만이 쌓일 때도 있지만, 일에 재미를 느껴보지 못한 이들의 푸념을 듣고 있을 시간이 없다.
21세기 일하는 이 땅의 여성들이여! 철인이 되자. 끝없이 밀려드는 일거리를 두려워말자. 현재 우리 사회는 물리적은 힘보다 섬세하고 창의력이 풍부한 여성들의 진출을 요구한다. 가부장적 제도가 사리지지 않고 있는 사회에서 집안일 만해도 손에 물마를 날 없는데 직장 일에 또 자기 일을 한다는 것은 끝없는 고행의 길이다. 그러나 그 속에서 소롯이 피어오른 내일의 꽃은 누가 피워 준 것이 아니다. 그리고 그 누구의 것도 아니다. 일을 다시 시작하였다며 제 자리를 찾은 친구여 축하한다. 진심으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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