多笑곳 이야기/운문(신작)

(시)그 사람, 민중의 지팡이/ 성갑숙

가마실 / 설인 2018. 10. 26. 16:58

그 사람, 민중의 지팡이

-정년퇴직 즈음하여

성갑숙

 

나는 당신을 잘 몰랐습니다

새벽녘 벗어두고 간

땀내 나는 정복의 행적을 조금 짐작했을 뿐

나는 당신을 잘 알지 못했습니다

오늘 문득 광영 파출소 앞마당으로 들어

뜨거웠던 여름날, 송엽국 그 묵은 줄기 사이로

제 몸을 힘껏 밀어올린 꽃송이들을 봅니다

당신이 매일 드나들었을 출입문

닫힌 창 안으로, 마치

남아있는 당신의 열정처럼

어느 때보다 붉은 것을 봅니다

겉으로 보이는 질서정연한 저 풍경 속에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었던 당신의 시간들

오늘 나는

당신을 만나러 와서

당신이 살아 온 시간 속에 물들어

마치 외딴섬 홀로 두었던 연인을 만난 듯이

목이 멥니다

당신이 그토록 사랑했던 가족

당신이 그토록 지켜내어야 했던

민중, 그 중심에 서서

풍찬우와 37

툭툭 털고 다시 일어나

문을 나설 당신을 기다리면서

나는 가슴이 뜨거워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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