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연서설(문병란) / 필연예화 (성갑숙) 낭송: 장영숙 성갑숙 꽃이 꽃을 향하여 피어나듯이 사람과 사람이 서로 사랑하는 것은 그렇게 묵묵히 서로를 바라보는 일이다 수평선 너머 아스라이 섬 하나 눈 감고 바라만 보았다네 손 뻗으면 뭍이 될까 몸부림치다 지친 날은 안개 일어 잠 들었다네 물을 찾는 뿌리를 안으로 감춘 채 원망과 그리움을 불길로 건네며 너는 나의 애달픈 꽃이 되고 나는 너의 서러운 꽃이 된다 꿈길을 끝없이 거닐다 때마침 내린 안개비를 무작정 맞았다네 보이지 않는 길 보여도 건너지 못할 길을 바라다 부나비가 되고 싶어 부나비가 되고 싶어 사랑은 저만치 피어 있는 한 송이 풀꽃 이 애틋한 몸짓 서로의 빛깔과 냄새를 나누어 가지며 사랑은 가진 것 하나씩 잃어 가는 일이다 젖은 날개를 펼 수 없어 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