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랭이골 느림보야
사진*詩/ 성갑숙
솔바람 앞세우고 느랭이골 오르다
정거장에서 너를 만난다
이제 등짐을 내려놓아야지 하면서도
너를 외면한 것은
오랜 기억 속, 그 길인 듯했기 때문이다
오라버니는 이야기 오솔길에 쉴 의자 비워두고
애타게 기다리는데
어쩌자고 먼 길 돌아 빗장을 열지 못했는지
물고기 정원 바위틈에
쉽게 뿌리내린 들꽃처럼
조금은 외로워하며 그렇게 웃고 살지 못했는지
구름 위, 햇살 고운 초원으로
야생마는 앞만 보고 달리지않아도
하늘공원에 이른다는 걸 왜 몰랐는지
곧은 길 걷는 너는 돌이 되고
오솔길 걷는 나는 나무가 되리니
은하수길 따라 앞서거니 뒷서거니
그곳, 하늘 공원 오르면
나무여서 외로웠다고
돌이여서 몹시 추웠다고
으스러지도록 부둥켜안고 살아간다는 것이
또 얼마나 힘들고 행복한 것인지
잃어버린 시간만큼이나 알아가며 살고싶구나
치렁치렁 걸쳤던 거죽 훌훌 벗어던지고,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광양시 다압면 토끼재길로 접어들어 구름 위를 둥둥 떠다녔다.
따뜻한 차를 내어준 글성한 오라버니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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