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진년 새아침!
우리 모두 파이팅! 또 파이팅!
새벽 6:30 한라산 성판악에 재설차가 불을 밝혔어요 등산객의 길을 터 주려는 거예요
흰눈이 첩첩 쌓인 산길을 올려다보며 등산장비를 점검했어요
12:00까지 진달래 대피소에 올라야 정상을 밟는다네요 헉헉
길이 바쁜데 눈꽃이 발을 잡아요
에게게....이제 시작인데 숨이 턱에 찼어요... 아이젠 착용했어요 그렇다치고요 슈퍼맨도 아닌데 뭔 망토냐구요?
눈이 비오듯 퍼 부으니 본능적으로 비옷을 걸쳤어요
중간쯤에 간이 화장실과 쉼터가 있어요. 좁은 쉼터에 들어설 자리가 없어요. 그래도 눈덮인 지붕을 보니 반갑네요
까마귀가 배가 고픈가봐요. 하긴 눈이 푸욱 덮혔으니 먹이가 없겠지요
천지가 눈이라 베낭을 내려놓고 먹이찾기도 힘들어요. 뭐든 주면 안 된다는네 초콜릿을 막 던졌어요
배 고파서 먹었으니 배탈 나지않을 거예요
잠시 햇살이 고개 내밀었어요 눈빛이 달라졌지요? 눈빛?
정상에 가려면 사라오름 전망대는 포기해야해요 웃고있지만 많이 지쳤어요 지금
무거워요 무거워요 그래서 겨울들면 잎을 떨구어야 하는거에요 지팡이로 털어주고 싶어요
눈이 계속 계속 부어, 카메라가 작동도 어려워요. 그래도 이제 웃을 수 있는 건 진달래 대피소가 보여요
대피소 입구가 궁전같지요? 장난 아닙니다. 3시간이면 되는 오름길을 5시간나 걸렸어요
폭설! 등산객 모두 모두 발이 묶였어요. 여기서 정상이 코앞인데 절대 못 가게하네요.
남한의 열손가락 꼽는 산꼭대기는 다 올랐어요. 그런데 한라산은 20년 전에도 거부하더니 또~~~ 훌쩍!
이왕 묶인 발, 동동동 눈꽃이나 실컷 구경하게요
아! 이 여유~ 이제 베낭도 집어던지고 한번 굴러도 보려구요
산을 왜 오르냐구요?
산이 그 곳에 있으니까요
어디서 많이 듣던 말이죠?
어쨌거나 '오늘은 백록담 접수한다' 호언장담했는데
세상 어디 호락호락한 것 한가지라도 있던가요?
그래서 매일 매일 우리는 뛰고 있잖아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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