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 전대통령을 보내고 등짐 챙겨 훌훌 떠났다
마치 울지못해 때를 기다린듯 눈이 퉁퉁 붓도록 울었건만
또 누군가에게 퍼부을 것이 남았던지 달려간 곳이 사천의 봉명산이다.
김동리 선생의 무녀도와 등신불의 산실인 대 사찰 다솔사
그것을 안고 있는 산은 시인 한용운이 머물렀던 곳이기도 하다
노통의 장례식 자막을 장식한 적이 있는 한용운의 ' 님의 침묵'은
평소 암송하여 뭇 남정네의 심중을 흔들기도 했었다..
봉명산 산자락에서 만난 시비를 끌어안고 함께 간 친구와 더불어 또 목이 메인다.
'푸른 산빛을 깨치고 단풍나무 숲으로 난 작은 길을 걸어서 차마 떨치고 갔습니다
.............아아 님은 갔지마는 나는 님을 보내지아니하였습니다.
제 곡조를 못이기는 사랑의 노래는 님의 침묵을 휩싸고 돕니다.'
와불이 있고 시인 한용운이 거처했던 곳 다솔사를 들여다보며 생은 자연이라 했음에 자연속으로 달려 들었었다
집을 뛰쳐나오길 참 잘했다
값진 땀을 흘리며 오른 정상에는 팔각정이 있고 산아래로 사천대교가 펼처져 있었다
모든 사물이 내려다보며 만상을 다 얻은듯 호기도 부려보았다.
그러나 손에 잡히는 것은 아무 것도 없다
그리고 서둘러 지나쳐가는 등산객들....
결국 우리는 혼자임에 몸을 떨었다
얼마나 외로웠을까?
서슬퍼런 권력의 칼날이 손과 발을 자르고 몸둥이만 뒹굴고 있을 때
형님 아우 함께 북치고 장구치던 사람들 제대로 들여다 보기나했을까?
혹시 흙탕물 튕길까? 몸사려 옷을 벗어 장롱에 처넣고 이불 밑에서 눈 막고 귀 막고 있지나 않았을까?
날개를 달고 언덕을 뛰어내리고 나니 지켜주지 못해 미안하다고 부르짖는 군상들이여
외로움에 떨 때 당신들 어디 있었는가?
주민들 사이에 끼여 혹시 가시돋힌 장미 던졌노라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는가?
눈 씻고 보아도 없었소. 없었소.
예로부터 권력을 잃은 집은 비루먹은 개도 얼씬 않는다 하더이다. 하더이다
나는 그를 잘 모른다 그냥 바라보았을 뿐이다
그러나 그가 떠난 자리가 쓸쓸하다.
그냥 아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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