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천문인협회 2012년 전반기 작품집이 발간되었다.
행사화보로는 제13기 문예대학 입교식, 제주도 문학기행, 제11회 순천여성백일장 등,
회원 작품집 출간 소식과 신입회원 특집, 회원신작 시, 수필, 소설 논단 순으로 실었다.
문향聞香 십리 정원
순천문인협회
회장 성갑숙
순천 동천을 끼고 예쁜 정원이 옴실옴실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오솔길, 바람길, 숲길, 약초 꽃길, 바람호수, 소망의 언덕, 이름만 들어도 상그러움 폴폴 묻어나는 곳에 지구촌을 아우르는 손길들이 바쁘다. 전문정원사 몇 사람에 의존하기보다는 휴식을 갈망하는 현대인들의 간절한 소망을 한데 어우르고 있는 것이다.
즈음하여 순천에서 활동 중인 문화예술인들도 정원 가꾸기에 일조하고자 소매를 걷어 붙였다. 현장설명회를 마치고, 현장 답사를 하면서 문화예술단체마다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국제정원박람회 개최일이 일 년 앞으로 성큼 다가서자 안 밖으로 다소 서두름을 체감하면서 무엇이든 하루아침에 이루어지는 것은 없다는 진리를 떠올린다. 누군가의 야무진 발상이 있고, 헌신적인 노력이 있고, 남다른 애정이 깊고도 지속적이어야만 성과를 기대할 수 있는 것이다.
꿈의 다리가 놓여 질 동천에는 올봄에도 여지없이 시민의 발걸음을 끌어 당겼다. 벚나무 우듬지에 꽃망울이 야드러지게 웃음 지을 즈음 시민들은 달려나와 목고개 빠지도록 올려다보며 탄성을 자아냈다. 올해는 특별히 벚꽃축제까지 열린다니 동천가 냇둑을 찾는 시민들의 발걸음은 북새질이었다.
동천의 벚꽃은 일찍이 순천의 명물로 자리매김하고 있으니 이른 봄 무리 속에 휩쓸려 무한정 걸어 오르다 보면, 서면 삼거리 서천변 초입에서 항상 발걸음을 멈추어야 했다. 그런데 올해는 이상하리만치 짙은 향기가 서쪽에서 흘러흘러 들려오니 계속 발걸음을 옮겨놓게 되었다. 그리고는 넋을 잃었다.
돌이켜보면 참으로 앵통한 일이 아닐 수 없다. 해마다 곳곳에서 들려오는 꽃축제 소식에 지붓지붓 발품 팔고 다니느라 서천변의 문향聞香 십리 길을 여태껏 놓친 것이다.
자못 궁금하다. 한적한 농촌 개울가에, 누구 즐겨 찾아주지도 않는 둑방길에, 봄바람 꽃바람 고슬고슬 살아가는 이야기를 끌어들인다? 그 어디 쉽게 품을 심사인가.
십리 되는 벚꽃길을 거슬러 오르다 하수거리 징검다리에서 서면의 터주 최원두님을 만났다. 그분의 변에 의하면 곡절이 참 우연키도 하다. 그분은 젊은 시절 서면사무소로 출퇴근을 하게 되고, 길목의 동산초등학교 교정을 지나치며 봄마다 알 수 없는 열병을 앓았다 한다.
그 어느 해도 초등학교 교정에는 고목나무 한그루 벚꽃이 애자지게 봄을 보내고 있었는데 그 앞에서 도통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더라는 것이다. 목이 빠져라 올려다보다가, 종래에는 그길 따라 고향마을 어귀까지 내내 꽃향기를 끌어당겨야겠다는 당찬 포부를 품었다.
당시로서는 턱없는 발상을 하게 된 것이다. 기관의 지원은 꿈도 꿀 수없는 상황이고, 궁리 끝에 면민을 중심으로 꽃길 조성 위원을 구성했다한다. 결국 집집마다 묘목을 한 두 그루씩 헌수한 것이다. 처음 조성한 191그루를 감싸며 물가에 아기 돌보듯 눈에 넣고 키우다가 지금은 접가지까지 자라나서 십리 이어진 둑방길에 900여 그루가 너울너울 춤을 추고 있다. 겨울을 나면서 얼어 죽거나 천변 논두렁 태우기에 말라죽은 나무를 다시 식목하면서 십리 벚꽃길에는 그분과 그 마을 사람들의 혼을 고스란히 묻게 되었단다.
지금 그 분의 고향 길 주변은 온 천지가 정원이고, 해마다 늘어나는 봄손님 맞이에 출타 중인 빈집에도 생기가 돈다. 이처럼 만인의 휴식공간 정원을 가꾸어 이야기꽃을 피우기 위해서는 물론 지리적 여건이 우선 되어야 하겠지만 무엇보다 애연한 보살핌이 지속되어야 한다.
사목사목 다가오는 순천국제정원박람회를 맞아 순천의 문단도 안으로 십리 문향聞香 점검할 때이다. 성긴 정원에 북을 돋우고 씨 뿌려 가꾸기를 게을리 해서는 안 될 것이다.
따스한 햇살 사운대는 정원의 오솔길에서 다소곳 고개 든 순천문단의 문향文香이 전국으로 세계로 폴폴 퍼져나가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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