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필상 화백)
안도현 시인은 이 책을 쓴 동기를 책머리에서 이렇게 밝히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만큼 시인이 많은 나라도 흔치 않을 것이다. 수천 명의 시인이 책상 앞에 웅크리고 앉아 있는 시의 나라라면 적어도 시적인 일들이 곳곳에 넘쳐나야 마땅하다. 하지만 날이 갈수록 비시적인 생각과 행동이 우리 사회를 지배하며 움직이는 이 현실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시인이 되는 일을 단순히 개인적 명예와 욕망을 채우는 장신구로 활용하려는 사람들은 왜 또 그렇게 많을까? 혹시 글 쓰는 자의 태도에 어처구니없는 문제가 있었던 것은 아닐까? 시를 쓰는 기술과 훈련뿐만 아니라 영혼의 생산자로서 시인이 된다는 일이 무엇인가를 여기에서 조금 따져보고 싶었다."
저자는 시(글)을 쓰는 방법에 대해 26개의 차터로 구분해 설명하고 있습니다. 책에 예시되어 있는 시들을 읽는 재미도 솔솔합니다. 시를 쓰는 방법 하나하나가 알아두면 좋을 내용들인데, 그 중에서 몇 개를 골라 소개(요약)합니다.
한 줄을 쓰기 전에 백 줄을 읽어라
많이 쓰기 전에, 많이 생각하기 전에, 많이 읽어라. 시집을 백 권 읽은 사람, 열 권 읽은 사람, 단 한 권도 읽지 않은 사람 중에 시를 가장 잘 쓸 사람은 누구이겠는가? 나는 시 창작 강의 첫 시간에 반드시 읽어야 할 시집 목록을 프린트해서 학생들에게 나눠준다. 모두 200권쯤 된다.
재능을 믿지 말고 자신의 열정을 믿어라
천부적으로 문학적 재능을 타고난 시인이란 애초부터 없다. 시를 쓰고자 하는 사람이 자신의 문학적 재능에 대해 회의하거나 한탄할 필요는 전혀 없다. 그것은 자신의 게으름을 인정한다는 것과 같다. 시인이 시의 길을 여는 조타수가 되려면 선천적인 재능보다 자신의 열정을 믿어야 한다.
시마(詩魔)와 동숙할 준비를 하라
시인이란, 우주가 불러주는 노래를 받아쓰는 사람이다. 언제 어디서든 메모지와 펜을 챙기고 받아쓸 준비를 하라. 잠들기 5분전쯤에 기발한 생각이 머리를 스치고 지나갈 때, '아, 내일 아침에 꼭 그것을 써야지!'하고 생각만 하고 잠들어버리지 말라. 영감은 받아 적어두지 않으면 아침까지 우리를 기다려주지 않는다.
익숙하고 편한 것들과는 결별하라
상투성은 시의 가장 큰 적이다. 아무리 아름다운 소재라고 하더라도 시인의 미적 인식에 의해 재발견되지 않으면 그것은 시라고 할 수 없으며 죽은 의식의 되풀이에 불과하다. 죽은 인식은 죽은 언어를 불러온다. 시인의 가장 큰 임무 중의 하나는 죽은 언어를 구별하여 과감히 버리고 살아있는 언어와 사투를 벌이는 일이다.
감정을 쏟아 붓지 말고 감정을 묘사하라
제발 시 쓸 때만 그리운 척하지 마라. 혼자서 외로운 척하지 마라. 당신만 아름다운 것을 다 본 척하지 마라. 모든 것을 낭만으로 색칠하지 마라. 이 세상의 모든 슬픔을 혼자 짊어진 척 하지 마라. 아프지도 않은데 아픈 척 하지 마라. 눈물 흘릴 일 하나도 없는데 질질 짜지 마라. 무엇이든 다 아는 척, 유식한 척하지 마라. 철학과 종교와 사상을 들먹이지 마라. 기인한 시어를 주어와 자랑하지 마라. 시에다 제발 각주 좀 달지 마라. 자신에게 감정을 고백하고 싶으면 일기에 쓰면 된다. 특정한 상대에게 감정을 고백하고 싶으면 편지에 쓰면 그만이다.
체험을 재구성하라
시인은 사실보다 진실에 복무하는 자라고 할 수 있다. 어떠한 진실을 그리기 위해 시인은 사실을 일그러뜨리거나 첨삭할 수 있다. 사실과 상상, 혹은 실제와 가공 사이로 난 그 조붓한 길이 바로 시적 허구다. 이 시적 허구를 인정하지 않고 사실 속에 갇혀 있으면 시인은 숨도 내쉴 수 없고, 상상의 나라에 가지 못한다.
형용사를 멀리하고 동사를 가까이하라
형용사의 과도한 사랑은 시의 바탕이라 할 은유와 상징이 설 자리를 빼앗는 결과를 가져온다. 이미지가 들어앉을 자리를 형용사가 차지하고 있으면 그 시는 겉으로 화려해 보이지만 내용이 없고, 그 뜻은 쉽게 드러나지만 깊이가 없어 천박해진다.
창조를 위해 모방하는 법부터 익혀라
모방을 배워라. 모방을 배우면서 모방을 괴로워하라. 모방의 단물 쓴물까지 다 빨아들인 뒤에, 자신의 목소리를 가까스로 낼 수 있을 때, 그때 가서 모방의 괴로움을 벗어버리고 즐거운 창조자가 되라. 모든 앞선 문장과 모든 스승과 모든 선배는 당신이 밟고 가라고 저만큼 앞에 서 있는 것이다. 당신은 그들을 징검돌 삼아 그들을 밟고 뚜벅뚜벅 걸어가라. 시인은 모든 세계를 파괴하고 새로이 구성할 임무를 타고난 사람들이므로.
퇴고를 끊임없이 즐겨라
습작이란 퇴고의 기술을 익히는 행위인지도 모른다. 그렇다고 퇴고가 외면을 화려하게 만들기 위한 덧칠이 되어서는 안 된다. 진실을 은폐하기 위한 위장술이 되어서도 안 된다. 퇴고를 글쓰기의 마지막 마무리 단계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퇴고는 틀린 문장을 바로 잡거나 밋밋한 문장을 수려하게 다듬고 고치는 일에 그치지 않는다. 퇴고는 글쓰기의 처음이면서 중간이면서 마지막이면서 그 모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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