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시 감상 000편

제 24 편 '꼬까신' 최 계 락

가마실 / 설인 2010. 9. 19. 22:51

제 24 편 꼬까신     최 계 락


   

1930~1970. 시인․동시인. 경상남도 진양 출신. 1949년 진주중학교를 졸업하고, 동아대학교 국문과를 중퇴하였다. ≪경남일보≫․≪전선문학 戰線文學≫․≪소년세계≫․≪희망≫ 등의 편집기자를 거쳐, ≪국제신보≫ 문화부장․정경부장․부국장 등을 역임하였다. 1947년 9월 ≪소학생≫에 동시 〈수양버들〉을 발표하면서 작품 활동을 시작하여 ≪어린이나라≫․≪소년세계≫ 등에서 본격적으로 아동문학 활동을 전개하였다.


1952년에는 ≪문예≫에 시 〈애가 哀歌〉로 시단에도 데뷔하여 시와 동시를 함께 발표하였다. 초기 1950년대 통속의 팽배 속에 혼란과 침체에 빠졌던 동시단에 이종택(李鍾澤)․이종기(李鍾琦)와 더불어 시의 순수성 옹호에 힘썼다. 1960년대 본격 동시 형성의 가교 구실을 하였다. 1960년대부터는 동시적 단순 구성을 일반 시의 창작에도 활용하여 소박하고 전원적인 시를 썼다.




 

개나리 노오란

꽃 그늘 아래


가즈런히 놓여 있는

꼬까신 하나


아가는 사알짝

신 벗어 놓고


맨발로 한들한들

나들이 갔나


가즈런히 기다리는

꼬까신 하나


최계락(1930~1970)은 진주에서 출생해 주로 부산에서 활동한 시인이다. '가야 할 때가 언제인가를/ 분명히 알고 가는 이의/ 뒷모습은 얼마나 아름다운가'로 시작하는 〈낙화〉의 시인 이형기를 비롯하여 '마음도 한자리 못 앉아 있는 마음일 때/ 친구의 서러운 사랑 이야기를/ 가을 햇볕으로나 동무 삼아 따라가면/ 어느새 등성이에 이르러 눈물나고나'라고 노래한 〈울음이 타는 江〉의 박재삼 등이 그와 비슷한 시기 지역 문단에서 활동하던 시인들이다.


남도 정서라고 할까. 이들에게서는 매일 강과 바다의 쪽빛을 보며 자라난 소년들 특유의 고독이 사무친다. 최계락의 동시 역시 주조음은 외로움이다. '물결이 노닐다/ 몰리어 가면// 하이얀 모래펄에/ 조개 한 마리// 어쩌면 어쩌면/ 울음이 일어// 귀 기울여 멀어가는/ 아득한 소리'(〈바닷가․2〉)와 같은 시에서도 그의 주목의 대상이 되는 것은 '물결이 몰리어가고 혼자 남은 조개 한 마리'다. 같이 어울려 흥겹게 놀다 때가 되어 각자의 집으로 돌아가는 친구들을 멀리서 바라볼 수밖에 없는 소년처럼 조개는 밀려가는 물결을 바라보며 외로움에 사무쳐 조만간 '울음'을 터트릴 태세다.


이 '고독한 울음'은 〈꼬까신〉에서도 배음을 형성하고 있다. 물론 이 시의 외로움은 훨씬 정제된 형식을 띠고 있는 편이다. 어룽대는 꽃 그늘 아래 주인을 잃고 '가즈런히 놓여 있는' 꼬까신은 이 정서의 객관적 상관물이다. 그것은 이미 숙명이 되어 버린 어떤 정서다. 이때의 울음은 터져 나오기보다 안으로 내면화될 수밖에 없다. 심지어 그것은 아련하다 못해 앙증맞기까지 하다. '사알짝' 이라거나 '한들한들'이라는 수식어들을 보라. 이제 외로움은 그것을 애처로워할 수 있을 만큼 충분히 익숙한 정서가 되었다.


최계락 시인은 40년이라는 짧은 시간을 살다 갔다. 그러나 그는 아무도 주목하지 않는 익명의 존재들에게 따뜻한 시적 관심을 보인 시인으로 길이 기억될 것이다. '이 밤/ 소리 없이/ 스러져 가는 것들을 위하여// 풀벌레들은/ 저렇게 울어 샀는가 부다'(〈달 밤․ 1〉)라고 노래하는 시인의 마음은 이 보잘것없는 존재들에게 바치는 최고의 찬사다. 2001년 제정된 '최계락문학상'과 진주시 신안동 녹지공원 그리고 부산시 동래구 온천동 금강공원에 위치한 그의 '시비'는 이 마음을 기리기 위한 살아남은 자들의 그리움을 대변하고 있다.


  이미 숙명이 되어버린 고독한 눈물…

             신수정․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