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최: 순천시낭송협회/ 일시: 2012.11.24 / 장소: 순천 동천변 카페화수목
시* 낭송: 성갑숙 회장
무학舞鶴은 날개를 접지 않는다
/ 성갑숙
부뚜막에 소주병이 기운다
백학白鶴은 날개를 펴고 수면을 가른다
젊은 아버지 어깨 위로
푸른 산맥이 춤을 춘다
학鶴은 날개를 접지 못했다
봄날 아버지는
집 앞 무논에서 한나절 만에 허리를 펴고
무학소주 한 모금 허기를 달래고 계셨다
기다리던 새참은 간데없고
발목 꺾인 여식 담모롱이 기어나오자
침술 좋은 그 분 찾아
언제 어디서나 옷섶에서 긴 침 뽑아들면
꺾인 날개도 바람을 타게 하던 그 분 찾아
맨발의 아버지
논두렁길 따라 날아가셨다
뻐꾸기가 목청을 가다듬으면서부터
아버지 잔등은 흙빛이었다
마을 일 보느라 읍내 출타하셨다가
노름꾼 좋아하는 구릿빛 와이셔츠
벗어주고 던져주고
축 처졌던 아버지가
오르막길섶 주저앉은 혼기 찬 여식 앞에
백학의 날개를 좌악 펼쳤다
그 날개쭉지에는 홍초단내가 났다
내 나이 적 아버지 그 잔등이 그리운 날
무학산舞鶴山 시루봉 넘어
만날고개 향해 마지막 숨을 모두었다
서마지기 문전옥토 지키지 못한 여식이건만
달맞이고개 차오르는 이승의 바람 안고
훠얼 훠얼 날아오른 날개쭉지에는
홍초단내가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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