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학舞鶴은 날개를 접지 않는다 / 성갑숙
가난한 밥상 위, 두 홉 소주병이 기운다
백학白鶴은 날개를 펴고 수면을 가른다
젊은 아버지 어깨 위로
푸른 산맥이 덩달아 춤을 춘다
학鶴은 날개는 접지 못했다
봄날 아버지는
집 앞 무논에서 한나절 만에 허리를 펴고
무학소주 한 모금에 허기를 달래고 계셨다
기다리던 새참은 간데없고
발목 꺾인 여식 담모롱이 기어나오자
침술 좋은 그 분 찾아
언제 어디서나 옷섶에서 긴 침 뽑아들면
꺾인 날개도 바람을 타게 하던 그 분 찾아
맨발의 아버지 논두렁길 따라 날아 가셨다
뻐꾸기가 목청을 가다듬으면서부터
아버지 잔등은 흙빛이었다
마을 일 보느라 읍내 출타하셨다가
노름꾼 좋아하는 구릿빛 와이셔츠
벗어주고 던저주고 축 처졌던 아버지가
오르막길섶 주저앉은 혼기 찬 여식 앞에
백학의 날개를 좌악 펼쳤다
그 날개쭉지에는 홍초단내가 났다
내 나이 적 아버지 그 잔등이 그리운 날
무학산舞鶴山 시루봉 넘어
만날고개 향해 마지막 숨을 모두었다
서마지기 문전옥토 지키지 못한 여식이건만
달맞이고개로 차오르는 이승의 바람 안고
훠얼 훠얼 날아오른 학의 날개쭉지에는
홍초단내가 났다
'多笑곳 이야기 > 시낭송 공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스크랩] 순천시낭송협회 창립시낭송회 여는마당 (0) | 2012.11.28 |
---|---|
순천시낭송협회 제1회 시낭송<무학은 날개를 접지않는다>/2012.11.24 (0) | 2012.11.25 |
[스크랩] [성갑숙 낭송시] 자작시-수덕사에 바친 청춘 (0) | 2012.01.25 |
[스크랩] 눈 내리는 날엔 / 詩 송철익 / 낭송 이재영 (0) | 2011.12.16 |
[스크랩] 11/17 안성군 대금연주, 이지현 낭송(아사녀가 아사달에게), 박용래 시극 (0) | 2011.12.0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