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시(詩) 감상

제3편 "남해 금산" / 이성복

가마실 / 설인 2010. 9. 19. 22:01

제3편 "남해 금산" 이성복

이성복

출생 : 1952년 5월 4일 경북 상주에서 출생

신체 : 키167cm, 체중54kg

직업 : 시인

학력 : 서울대학교대학원

데뷔 : 1977년 문학과지성 '정든 유곽에서' 등단

경력 : 계명대학교 불어불문학과 교수

수상 : 2004년 제12회 대산문학상

1990년 소월문학상

대표작 : '달의 이마에는 물결무늬 자국', '오름 오르다', '프로스트와 지드에서의 사랑이라는 환상'


이성복의 "남해 금산"


 한 여자 돌 속에 묻혀 있었네

그 여자 사랑에 나도 돌 속에 들어갔네

어느 여름 비 많이 오고

그 여자 울면서 돌 속에서 떠나갔네

떠나가는 그 여자 해와 달이 끌어 주었네

남해 금산 푸른 하늘가에 나 혼자 있네

남해 금산 푸른 바닷물 속에 나 혼자 잠기네


돌 속에 묻힌 한 여자의 사랑을 따라 한 남자가 돌 속에 들어간다면, 그들은 돌의 연인이고 돌의 사랑에 빠졌음에 틀림없다. 그 돌 속에는 불이 있고, 목마름이 있고, 소금이 있고, 무심(無心)이 있고, 산같은 숙명이 있었을 터. 팔다리가 하나로 엉킨 그돌의 형상을ꡐ사랑의 끔찍한 포옹ꡑ이라 부를 수 있

을까?

그런데, 그런데 왜, 한 여자는 울면서 돌에서 떠났을까? 어쩌자고 해와 달은 그 여자를 끌어주었을까?


남해 금산 푸른 하늘가에 한 남자를 남긴 채. 돌 속에 홀로 남은 그 남자는 푸른 바닷물 속에 잠기면서 부풀어간다.


물의 깊이로 헤아릴 길 없는 사랑의 부재를 채우며. 그러니 그 돌은 불타는 상상을 불러일으킬밖에.


그러니 그 돌은 매혹일 수밖에. 남해 금산, 돌의 사랑은 영원이다.


시간은 대과거에서 과거로 다시 현재로 넘나들고, 공간은 물과 돌의 안팎을 자유롭게 드나든다. 과거도 아니고 현재도 아닌, 안(시작)도 없고 밖(끝)도 없는 그곳에서 시인은 도달할 수 없는 사랑의 심연으로 잠기고 있기 때문이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돌이 되고 바위가 되는지 남해의 금산(錦山)에 가보면 안다.


남해 금산의 하늘가 상사암(相思巖)에 가보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사랑의 불길 속에서 얼굴과 얼굴을 마주한 채돌이 되는지 알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돌의 고통 속에서도 요지부동으로 서로를 마주한 채 뿌리를 박고 있는지 남해 금산 푸른 바닷물 속을 들여다보면 안다.


모든 사랑은 위험하지만 사랑이 없는 삶은 더욱  치명적이라는 것을, 어긋난 사랑의 피난처이자 보루가 문득 돌이 되어 가라앉기도 한다는 것을, 어쩌면 한 번은 있을 법한 사랑의 깊은 슬픔이 저토록  아름답기도 하다는 것을 나는ꡐ남해 금산ꡑ에서 배웠다. 모든 문을 다 걸어 잠근, 남해 금산 돌의 풍경 속. 80년대 사랑법이었다.


80년대 시단에 파란을 일으킨 이성복의 첫시집 ꡐ뒹구는 돌은 언제 잠깨는가ꡑ(1980)는, 기존의 시문법을 파괴하는 낯선 비유와 의식의 초현실적 해체를 통해 시대적 상처를 새롭게 조명했다.ꡐ 남해 금산ꡑ은 그러한 실험적 언어가 보다 정제된 서정의 언어로 변화하는 기점에 놓인 시다.      정끝별 시인


정끝별 명지대 국문과 교수. 1988년ꡐ문학사상ꡑ 신인상에ꡐ칼레의 바다ꡑ등 7편이 당선되며 등단했다.ꡐ 자작나무 내 인생ꡑ,ꡐ 흰 책ꡑ,ꡐ 삼천갑자 복사 빛ꡑ등의 시집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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