書로書로 공부방/제2시집 수록

버스까페

가마실 / 설인 2010. 9. 5. 10:03

버스까페 / 성갑숙



비가 오는 날

꼭 들러야 한다는

느티나무 가로수변

비닐 문짝 버스 까페


해삼 멍게 쭈꾸미 주물럭

인텔리 여주인 꼬불쳐 둔 과실주까지

소주잔이 와인잔으로 둔갑하는 순간

두두두두 천장에서 라이브가 시작된다

끊어질 듯 이어지는 노랫가락이

휘모리로 접어들면

말이 필요없다

눈 감아 선율 따라

학의 날개를 단 무희 되고

먼먼 생의 뒤안길 날아간다


간간이 속삭이던 연인들

하이칼라 교복 차려입고

묵혀놓은 손잡이 잡아

비포장 도로 내려선다


옷깃만 스쳐도 바스러질 듯

홍조 띤 귓불에 와 닿는

숨 막히는 그 눈빛

아름다운 시어 되어

만원버스를 가득 메운다


'書로書로 공부방 > 제2시집 수록' 카테고리의 다른 글

망부석  (0) 2010.09.05
덕유산행  (0) 2010.09.05
피아골 고로쇠  (0) 2010.09.05
心中  (0) 2010.09.05
소유  (0) 2010.09.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