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까페 / 성갑숙
비가 오는 날
꼭 들러야 한다는
느티나무 가로수변
비닐 문짝 버스 까페
해삼 멍게 쭈꾸미 주물럭
인텔리 여주인 꼬불쳐 둔 과실주까지
소주잔이 와인잔으로 둔갑하는 순간
두두두두 천장에서 라이브가 시작된다
끊어질 듯 이어지는 노랫가락이
휘모리로 접어들면
말이 필요없다
눈 감아 선율 따라
학의 날개를 단 무희 되고
먼먼 생의 뒤안길 날아간다
간간이 속삭이던 연인들
하이칼라 교복 차려입고
묵혀놓은 손잡이 잡아
비포장 도로 내려선다
옷깃만 스쳐도 바스러질 듯
홍조 띤 귓불에 와 닿는
숨 막히는 그 눈빛
아름다운 시어 되어
만원버스를 가득 메운다